7나노 화웨이폰에 놀란 美, 中 SMIC 제재 위반 의심
2023.09.07 18:22
수정 : 2023.09.07 18:22기사원문
■제재 위반 여부 아직 몰라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미국 하원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공화·텍사스주)은 6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파운드리) 중신궈지(SMIC)를 언급했다.
같은 날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SMIC의 7㎚ 기술이 미국의 규제실패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문제가 된 칩에 대해서는 그 특성과 구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입수될 때까지 언급을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설리번은 미국의 제재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라는 원칙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중국과 전반적인 상업적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안보 우려에 좁게 초점을 맞춘 기술규제 조치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해당 칩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이에 대해 확실한 언급을 하기 전에 더 많은 정보를 얻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고급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다.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해당 제품에 화웨이가 직접 설계한 반도체인 '기린 9000S'가 탑재되었으며 해당 반도체가 SMIC의 7㎚ 공정 기술로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CCTV 등 중국 국영매체들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메이트 60 프로를 극찬하며, 화웨이가 미국의 탄압 끝에 1만개 이상의 부품을 국산화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대대적 '애국소비'가 발생하면서 출시 직후 대부분의 재고가 매진되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사건으로 화웨이 스마트폰의 인기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中 기술 어디까지 왔나?
과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2019년부터 화웨이가 미국의 소프트웨어, 첨단 반도체 및 미국의 기술을 이용한 해외 반도체까지 구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화웨이는 자체조달로 눈을 돌렸으나 SMIC를 비롯한 중국 파운드리도 제재 대상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 업체이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 중인 네덜란드 ASML의 중국 수출을 저지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였다. EUV를 이용하면 실리콘 웨이퍼에 5㎚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으며 EUV는 일반적으로 7㎚ 이하 공정의 첨단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ASML이 중국에 EUV를 팔지 못하게 막았다. ASML은 대신 중국에 상대적으로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팔고 있다.
사실 EUV 없이도 7㎚ 공정의 반도체 제작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DUV 장비로 노광 공정을 2번 거치면 7㎚ 구현이 가능하지만 제조비용이 급격히 올라간다며 양산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앞서 중국 가상자산 생산업체인 마이너바 반도체는 자사 생산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2021년 7월부터 7㎚ 공정으로 제작되었다고 알렸다. 테크인사이트는 지난해 발표에서 SMIC가 문제의 반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테크인사이트는 비록 SMIC가 7㎚ 공정에 성공했다고 하나 메이트 60 프로의 프로세서가 여전히 세계 최신 기술에 비하면 2세대 가까이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애플 아이폰의 프로세서는 4㎚ 공정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달 안에 3㎚ 공정 반도체로 만든 차세대 아이폰이 공개된다. 외신들은 SMIC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EUV를 확보했는지, 혹은 DUV를 이용해 비효율적으로 7㎚ 반도체를 만드는지 불분명하다며 생산량에 제한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대만 TF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앞으로 4개월 안에 600만대의 메이트 60 프로를 출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경쟁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 기업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7㎚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