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지진, 여진 나오며 2100명 이상 숨져...구호 이어져
2023.09.11 10:19
수정 : 2023.09.11 10: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서양과 지중해 경계에 위치한 모로코에서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강진 발생 이후 사흘이 지난 가운데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으나 모로코 정부가 아직 공식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아 국가 단위의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망자 2122명, 부상자 2421명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1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된 지진 사망자는 2122명이었다.
대서양과 지중해의 경계에 위치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 무렵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앙지는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떨어진 아틀라스 산맥이었다. 이번 지진은 지하 약 19km라는 비교적 얕은 지점에서 발생하여 피해를 키웠다. 또한 지진 발생 시간이 야간이라 대피 및 구조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진앙 500km 이내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1900년대 이후에 약 12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주에서 1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주 492명, 치차우아주 201명 등의 순이었다. 유적지가 많은 마라케시에서도 17명이 사망했다.
또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무렵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USGS는 해당 지진의 규모가 3.9라며 지난 8일 지진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 모두 진원의 깊이가 지하 10km 수준이라고 밝혔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아틀라스 산맥 인근 산악 지역에서는 접근이 어려워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의 글로벌 운영 책임자인 캐롤라인 홀트는 성명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생존자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USGS는 해당 지역에 적색 경보를 내리고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000~10000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공식 지원 더뎌, 민간 봉사단 속속 도착
해외에서는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으나 모로코 정부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받지 않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모로코는 지금까지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의 공식 지원만 받기로 했다.
지브롤터 해협을 두고 모로코와 마주보고 있는 스페인은 10일 모로코의 공식 지원 요청에 따라 군 긴급구조대(UME) 56명과 구조견 4마리를 현지에 파견했다. 모로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알제리와 서사하라 모두와 적대 관계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경우 구조대원 약 50명과 열감지 장치를 보냈으며 카타르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를 파견했다.
2021년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는 9일 그간 모로코에 폐쇄한 자국 영공을 개방해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의 비행을 허용했다. 영국은 모로코에 수색 및 구조팀을 파견한다고 밝혔으며 미국 역시 소규모 전문 인력을 보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모로코가 이 비극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로코 당국에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말했다.
과거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는 일단 지원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10일 "모로코가 아직 국제적 지원을 요청하진 않았지만, 원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재 모로코 당국과 접촉 중이라고 알렸다. 튀르키예는 모로코의 요청에 대비해 구조대원 265명을 준비해 뒀다. 대만에서도 120명의 구조대가 현지 지원을 위해 대기 중이며, 이스라엘, 쿠웨이트,오만 역시 구호 인력이나 물품을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한편 민간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리옹의 소방관들은 자원봉사팀을 꾸려 10일 모로코에 도착했다. 프랑스 통신 기업 오랑주는 이날부터 이달 16일까지 모로코로 거는 전화와 전송하는 문자메시지에 부과되는 요금을 없앤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민간 구조팀도 지진 현장에 도착했다. 아울러 프랑스에서는 적십자사를 비롯해 최소 5개 단체가 구호 활동과 생필품 공급에 기여하겠다며 기부금을 걷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