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한전 다시 '역마진' 조짐… 4분기 전기요금 올리나

      2023.09.11 18:23   수정 : 2023.09.11 18:23기사원문
누적부채가 200조원에 달하는 한전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전력도매가격(SMP)에 영향을 미쳐 전기요금 판매가 역마진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달 중 결정할 4·4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 오름세…역마진 우려

11일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5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매단가는 1kwh당 132.4원으로, 소비자 판매단가인 138.8원보다 6.4원 낮았다. 한전이 더 이상 손해를 보지 않고 전기를 판매한 것이다.
5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연료비 하락 안정화 덕에 2021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19개월 중 18개월(2022년 6월 제외) 동안 이어져 온 역마진 구조를 해소한 것이다.

한전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실적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6월 kwh당 구매단가는 129.8원, 판매단가는 161.0원으로 31.2원을 남겼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 8조4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5~6월 마진 확보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적자 폭은 41%나 줄일 수 있었다. 작년 상반기 영업손실액은 14조3033억원이었다. 문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5월 31일 배럴당 70.94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8일 91.37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까지 넘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결정이 속속 이어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발전사의 발전비용을 늘려 한전이 구매하는 SMP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 에너지 원가 오름세가 실제로 국내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또다시 역마진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전의 재정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기요금 인상 놓고 고심

3·4분기 전기요금의 역마진 구조가 해소됐지만 한전의 재무상태는 여전히 최악이다.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첫 200조원 돌파다. 올 상반기 일평균 이자액은 74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부채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고 있는 한전채 발행량도 한계치에 임박했다. 한전이 발행한 한전채 누적 발행 규모는 총 78조2000억원으로 전체 발행한도(104조6000억원)의 74.8%를 채웠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한전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산업부와 한전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지난 상반기까지 kwh당 21.1원을 올린 가운데 아직 최대 30원, 4인가구 평균 전력사용량인 304kwh 기준으로 최대 9000원의 인상요인이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한국전력 부채 문제와 관련,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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