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로 변한 사랑… "내가 카르멘을 가졌다"
2023.09.11 18:41
수정 : 2023.09.11 18:41기사원문
비제의 오페라로 익숙한 '카르멘'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집시 여인 카르멘은 지난 200년간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통했다. 성실한 남성을 홀린 방탕한 여성으로 취급됐고, 정작 '환승 연애'한 돈 호세가 가련한 사랑의 희생자로 여겨졌다. 고선웅표 '카르멘'은 데이트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상에 맞게 돈 호세의 비틀린 집착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연극에는 비제의 오페라에는 없지만 1845년 원작소설에는 있는 카르멘의 전 남편을 부활시켰다. '집착남' 돈 호세와 달리 카르멘의 전 남편과 새 투우사 연인은 카르멘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한다. 고선웅 단장은 "카르멘을 둘러싼 여러 유형의 남자를 통해 돈 호세의 비틀린 집착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카르멘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도발적이다. 자신의 본능과 감정에 충실하다. "누구의 아내도 되고 싶지 않다"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현재를 즐기면서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여성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고선웅 단장은 "솔직히 카르멘식의 자유분방함도 썩 내키지 않지만, 카르멘의 편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며 "카르멘의 명예회복을 바란다"고 했다.
오페라의 강점인 노래가 없는 자리는 고전의 묘미를 살린, 문학성과 낭만성이 강조된 시적인 대사로 채웠다. 카르멘과 돈 호세의 관계를 투우와 투우사의 충돌로 비유한 것도 흥미롭다.
고선웅 단장은 앞서 "오페라의 미덕도 지키고, 원작 소설의 줄거리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연극 무대만의 차별화를 꾀하며 캐릭터 해석을 달리했으나 큰 틀은 원작과 유사해 고 단장의 연출의도가 얼마나 잘 전달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공연은 10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