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 굳어지나? 연쇄회담 가능성
2023.09.13 11:21
수정 : 2023.09.13 17:04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동하고, 푸틴 대통령이 내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만날 것으로 예고되면서 북중러 결집이 공고화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불과 한 달 전에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위협, 중국의 대만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을 성명서 직접 명시한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결집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미일에 맞서 결집하는 북러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외교적 고립 심화로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서 구명줄을 찾으려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서방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또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에 반대하며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해 왔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황이 악화하면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FP는 해석했다. 따라서 북한은 회담을 통해 수십 년간 비축해 온 포탄과 미사일 등을 고전 중인 러시아에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러시아에겐 더 큰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외교적 고립에 시달려 온 러시아는 최근 들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신흥국·개도국을 일컫는 통칭)를 결집해 서방에 대항하는 새로운 진영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이달 초 11개국으로 세력 확장에 성공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의 새로운 회원 6개국도 모두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다.
2014년 4월 홍콩에 등록된 비영리 국제기구인 남남협력금융센터는 글로벌 사우스를 ‘77개국과 중국’으로 정의했지만, 넓게는 134개국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사실상 유일하게 자국 편을 드는 강대국인 중국을 확실한 자기편으로 묶어두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과 관개 개선으로 중국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푸틴, 10월 방중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이어 시 주석과도 만남을 예고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0월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10주년 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이미 밝혔기 때문에 이 시기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지금처럼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옛 소련 시절처럼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며 실익을 극대화하는 행보를 택할 것이라는 취지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외신에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한다면 중국은 영향력 유지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확장하고 경제 협력을 진작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풀이했다.
북러 회담에서 식량난 타개를 위한 각종 원조, 위성·핵추진 잠수함·탄도미사일 등 첨단 기술 교류로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하는 의견도 있다.
푸틴 이어 김정은도 방중 가능성 有
중국 외교부는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북러 사이의 일”이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몇 달 안에 김 위원장을 중국으로 초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알려줄 정보가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중국은 일대일로 10주년 포럼에서 각국 정상들을 불러들여 ‘세력 자랑’을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는 2019년 제2회 포럼 때(37개국)보다 많은 90여개국과 기관 대표가 중국을 찾을 것으로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김 위원장의 해외 방문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 다음은 중국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우호적인 이웃으로 현재 중북 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양국은 최고지도자들이 달성한 공동 인식을 이행하며 영역별로 교류·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자국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장궈칭 중국 부총리와 회동한 뒤 “서방은 중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성공할 수 없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양국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고 관찰자망은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북러 회담을 놓고 “미국의 제재가 양국을 더 가깝게 만들었고, 동북아시아에서 더 많은 분열을 만들어 냈다”고 비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