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리움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展 ..관전 포인트는?

      2023.09.14 11:38   수정 : 2023.09.14 16:15기사원문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에서 강서경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가 열리고 있다. 회화를 공감각과 시·공간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전통에 대한 연구가 기반이 된 전시인 만큼 동시대 예술 언어와 사회문화적 문맥으로 재해석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리움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최대 규모의 강 작가 개인전으로,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총 130여점이 출품된다.

강 작가는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전통 회화, 음악, 무용, 건축 등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회화에 대해 "눈에 보이는 사각형과 보이지 않는 사각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리는 행위의 기본틀인 사각 형태의 프레임을 전통에서 발견한 개념 및 미학과 연계해 회화라는 매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확장하는 기제로 활용해왔던 것이다.

대표작 '정井'은 조선시대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우물 정(井)'자 모양 사각틀에서 착안했다.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해 넣은 정간을 소리와 움직임, 시간과 서사를 담아내는 개념적 틀로 차용하고 재해석한 연작이다.

캔버스 프레임, 창틀의 형상과도 유사한 '정井' 연작은 회화를 시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게 하는 조형적 단위체가 될 뿐 아니라, 관람객의 시선을 격자틀 내·외부로 집중시키거나 전시 구획의 보이지 않는 시스템으로도 작동한다.


또 다른 작품 '모라(Mora)'는 언어학에서 음절 한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지칭하는 단어로, 강 작가의 작업에서는 시간을 담고 서사를 쌓아 올리는 단위인 회화 작품이다.

강 작가 작업의 주요 소재인 격자 형태도 그리기의 기본 화폭인 종이 한 장의 경계에서 출발했으며 개별 주체성, 시간과 균형 등의 작업 주제들도 매체이자 창이 되는 회화의 확장된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강 작가는 공간과 신체가 드러나는 '풍경'을 그리며 사회 속 개인에게 허락된 공간과 한계를 탐구한다. 아담한 키의 사람 같기도, 작은 기둥 같기도 한 조각 '좁은 초원'은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과 마주한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작고 한계를 지닌 존재가 품을 수 있는 초원, 우리가 겨우 내딛는 걸음으로 도달하는 땅, 개인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를 함축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거대하고 섬세한 풍경을 제시하는 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산' 연작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산수화 속 높고 멀리 묘사됐던 산을 풍경의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여 개인을 상징하는 조각들과 나란히 위치시키며 한층 가깝고 친근한 존재로 표현한다.


또한 다채로운 재료로 만져질 듯한 물성을 드러내고, 선과 여백의 조화를 통해 추상과 구상, 시각과 촉각 사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산세를 드러낸다. 그중 사계의 정취를 담은 '산-계절'은 전시장을 거닐며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곽준영 리움미술관 전시기획실장은 "강 작가의 이번 전시는 미술관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헤쳐 모인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연대의 서사를 펼친다"며 "작가는 이를 통해 나, 너, 우리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온전한 서로를 이뤄가는 장(場)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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