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방해에 '레드카드' 줬다고 "담임 바꿔라" 학부모, 교권침해 맞다'

      2023.09.14 11:13   수정 : 2023.09.14 11: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업시간 장난을 치는 학생에게 교사가 '레드카드' 옆에 이름을 붙이고 방과 후 10여분 간 청소를 시킨 것을 과연 아동학대로 볼 수 있을까. 또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가 등교를 거부하며 담임 교체를 몇 달 간 요구하는 등 지속적인 민원으로 교사가 결국 우울증에 걸렸다면 이는 교권침해에 해당할까.

최근 학교 현장에서의 심각한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교사의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학생 교육 과정에서의 판단과 교육활동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육에 대한 부모의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학생에게 '레드카드'.방과후 청소, 아동학대?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씨가 교육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21년 4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B씨는 한 학생이 생수 페트병을 가지고 놀면서 소리를 내자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계속 행동을 반복하자 생수 페트병을 뺏고 학생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다.
B씨는 수업 방해 등의 잘못을 저지른 학생 이름을 칠판 '레드카드'에 붙이는 벌점제를 운영하면서 벌점에 따라 방과 후 청소를 시키고 있었다. 이 학생은 벌점에 따라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했다.

그런데 이 학생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학부모는 하교 직후 교감을 면담하면서 교사의 행동이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 또 B씨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B씨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A씨의 항의는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먼저 교사에게 장기간 병가를 제안하거나 '휴식시간 10분을 제외하고 학생의 등교부터 하교까지 모니터링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교사 B씨는 결국 불안 및 우울증에 따른 병가를 내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럼에도 A씨는 교육감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고 같은 해 7월에는 경찰에 B씨를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로 고소했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자 교육당국은 B씨의 '교권 침해' 신고를 받아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다. 그 결과, 교권보호위는 6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교권침해라는 결론을 내리고 A씨에게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조치결과 통지서를 발송했지만 이에 불복한 A씨가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A씨가 문제 삼은 '학생에게 레드카드', '방과 후 청소' 등의 행위가 부당한지 여부와 그로 인한 A씨의 지속적인 담임교체 요구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침해" 1심, 2심 엇갈려

1심은 A씨의 행위가 교권침해가 맞다고 봤다. A씨의 지속적인 민원이 B씨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또 문제가 된 B씨의 교육 방식이 재량권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교권 침해로 볼 수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B씨의 '레드카드 벌점제'는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 이름을 공개해 창피를 줌으로써 따돌림 가능성을 열어주고, 강제로 청소노동을 부과한 것이라 아동의 인간 존엄성 침해행위라는 것이 2심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A씨 행위도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정당한 자격을 갖춘 교사의 재량에 따른 판단과 교육활동은 부당하게 간섭되어서는 안되고 학부모의 의견 제시는 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같은 법리 아래 이 사건에서 A씨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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