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 배우들의 빛나는 앙상블, 고밀도 블랙코미디

      2023.09.15 13:41   수정 : 2023.09.15 15: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팬데믹은 우리에게 한 번도 겪지 못한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창작이란 무엇이며,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김지운 감독 '거미집' 연출의 변)

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은 1970년대 문공부 산하 공무원이 시나리오 검열을 하던 시기의 영화 현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그곳에는 다양한 인물군상의 욕망이 공존하고, 그 욕망을 동력 삼아, 인간의 욕망이 부딪히는 한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 감독(송강호 분)은 며칠 째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과 관련해 새로운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급기야 결말의 일부만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재촬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재촬영 자체가 성가신 제작자부터 스케줄 조정이 번거로운데다 재촬영 장면에 대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몰이해 그리고 검열의 압박 등 악조건을 딛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밀어붙인다. 각종 난관과 위기가 끊이지 않으나, 시쳇말로 국방부 시계마냥 촬영 현장의 시계 또한 어김없이 돌아간다.

김열 감독의 꿈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이틀간 재촬영이 진행된 영화 촬영 현장과 그들이 찍는 영화 속 영화('거미집')가 ‘다양한 인간군상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기묘한 공포스릴러이자 극단으로 치닫는 치정극인 영화 속 영화가 비극이라면 그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은 좌충우돌 그 자체로 짠하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희극이다.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거미집'은 신경쇠약 직전의 ‘김감독’ 역 송강호를 비롯해 욕망의 제작자 ‘백회장’ 역 장영남, 제작사의 젊은 피 ‘신미도’ 역 전여빈, 인기 배우 ‘이민자’ 역 임수정,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 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 정수정 그리고 베테랑 배우 역 박정수 등 배우들 또한 연기 톤을 달리하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여배우들의 매력이 하나같이 돋보이는데, 영화 속 영화를 흑백으로 처리한 덕에 마치 히치콕 영화처럼 고풍스런 매력을 풍긴다.

영화 현장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야말로 한치 앞도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다.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죽을 맛이겠지만, 스크린 너머 그들의 웃픈 현실을 엿보는 관객은 낄낄 웃음이 난다.

주조연뿐 아니라 단역까지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어느 하나 허투루 소비되는 캐릭터가 없이 빼곡이 화면을 채운다. 김지운 영화 최다 대사량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텍스트도 풍성하지만 감독 특유의 화려한 미장센까지 작품 자체의 밀도가 높다.

김열의 절박함을 통해 창작의 고통뿐 아니라 감독의 비전을 구현시키려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통해 한편의 영화가 완성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욕망이 얽혀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땀눈물이 투영돼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특히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송강호와 함께 주연한 정우성이 극중 송강호의 스승으로 출연해 과장된 연기로 예술가의 고뇌를 보여준다.






김지운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창작이란 무엇이며,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일까? 영화를 만들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끊임없이 되묻곤 하는 질문이지만 이번만큼 통렬한 감정으로 영화를 다시 바라보게 한 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난날 절체절명의 위기 때마다 나의 동료들은, 나의 선배들은 어떻게 극복해 나갔을까? 그들은 영화에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거미집’은 팬데믹 이전의 세상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팬데믹 하의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인생은 앞으로 나아갔다.
온갖 방해와 몰이해를 딛고, 분투 끝에 완성되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현장을 통해, 인생이 늘 온갖 아이러니와 고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갔듯, 영화 또한 계속되리라는 조심스러운 낙관과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며 영화와 영화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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