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각은 '스릴러'...흔적없이 사라지는 시진핑의 장관들

      2023.09.16 05:00   수정 : 2023.09.1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3월 3연임 확정 이후 '1인 독재' 체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정부 고위 인사들이 연이어 사라지고 있다. 서방에서는 비리 혹은 권력 다툼으로 시진핑의 측근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들의 혐의가 무엇이든 간에 시진핑 체재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1년도 못 채우고 사라진 장관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이하 현지시간) 3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와 미 정보 당국과 접촉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중국의 리상푸 국방부장(장관)이 이미 해임되었고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미 정부가 리상푸의 해임을 확신하고 있다면서도 판단의 근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날 다른 서방 언론들도 베트남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이달 7∼8일 베트남 주최로 중국·베트남 국경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례 국방 협력 회의를 갑자기 연기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연기 당시 리상푸의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앞서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월 30일 보도를 통해 리상푸가 전날 베이징에서 거행된 중국·아프리카 평화 안보 포럼에서 발언하고 아프리카의 여러 국방 지도자들과 회견했다고 전했다. 이후 리상푸의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리상푸는 미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다. 미국은 그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2018년 러시아로부터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리상푸는 시진핑의 군부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눈에 띄어 출세 가도를 달렸다. 리상푸는 국무원 국무위원인 동시에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통해 국방장관을 겸직하게 됐다.

사라진 장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진핑이 지난 3월 양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을 당시 리상푸와 동시에 장관직에 오른 친강 전 외교부장(장관) 행방도 묘연하다. 그는 지난 6월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베트남 외교장관, 러시아 외교차관과 연쇄 회담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7월 25일에 그를 장관직에서 해임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31일에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과 쉬중보 정치국원을 해임했다. 관계자들은 중국군 최고 계급인 상장(3성장군)인 이들이 이미 해임 전에 체포되었다고 전했으며 리위차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끊이지 않는 비리와 추문...다음은 누구?
고위급 인사들의 경질 이유에 대해서는 온갖 가설이 쏟아지고 있다.

친강의 경우 정부 직책은 잃었지만 공산당 중앙위원 직함은 유지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위 공직자가 비리와 같은 중범죄로 경질될 경우 정부직과 공산당 당적을 함께 박탈한다. 대만 등 아시아 언론에서는 그가 중병에 걸렸거나 홍콩 아나운서와 불륜이 적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바라는 기존 간부들이 지나치게 강경 행보를 보이는 친강을 밀어냈다는 의견도 있다.

간첩 및 비리 혐의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미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중국 로켓군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위성사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FT는 해당 보고서 이후 로켓군 하급 관리들이 대거 체포되었으며 수사가 점차 위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군이 운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기당 단가가 매우 비싸다며 도입 과정에서 비리가 생기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리위차오의 아들이 미군에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당시 미국 대사였던 친강이 이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주장도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유가 어찌되었든 최근 경질로 인해 시진핑 체제의 균열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시진핑 정부의 내각이 마치 추리소설 같다고 비꼬았다. 그는 영국의 유명 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언급하며 친강에 이어 로켓군 사령관이 사라지더니 이제 리상푸까지 안 보인다며 등장인물이 계속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맡았던 데니스 와일더는 FT를 통해 중국군의 부패와 인사 혼란이 심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국방장관과 로켓군 사령관이 부패 때문에 경질되었다면 이는 고위급 인사 검증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시진핑의 오랜 척결 운동에도 불구하고 중국군 내부에 부패가 만연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와일더는 특히 장비조달 부문이 중국군 내에서도 "최악의 부패 부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안팎에서는 다음 수사 대상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단 리상푸를 발탁했던 장유샤 역시 책임을 면치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친강에게 장관직을 물려줬다가 올해 다시 받은 왕이 외교장관 역시 불안하다. 과거 중국 외교부 직원 출신으로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중국 인권 활동을 하고 있는 한롄차오는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글을 올렸다.

그는 “오랜 친구로부터 왕이가 자택에서 자숙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적었다. 이어 “이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수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왕이가 “19일부터 열리는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 불참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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