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강 안 한 유조선 북극 항행 허가...좌초 땐 심각한 환경오염

      2023.09.16 07:12   수정 : 2023.09.16 07: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아시아 수출로 확보를 위해 유조선 북극 항행을 허가했다.

만일을 대비해 선체를 보강한 유조선 대신 일반 유조선을 투입할 계획이어서 빙하에 부딪쳐 좌초할 경우 심각한 환경오염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유조선 두 척이 지난달 러시아 북부 해안 약 5630km를 가로지르는 항행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항행 허가를 받은 유조선 두 척은 빙하가 떠다니는 바다에서 빙하에 부딪쳐도 선체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선체를 보강한 이른바 '아이스 급' 유조선이 아니다.

선체가 얇은 이 유조선들은 이달 초 중국을 향해 출항했다.
전세계에서 빙하 위험이 가장 높은 빙하지대를 관통하는 항로를 택해 항해한다. 좌초돼 기름이 새어 나올 위험이 높은 항해다.

영국 그린피스의 찰리 크로닉은 "바다 빙하는 예측불가능하다"면서 "이 항로는 매우 위험한 항로"라고 우려했다.

크로닉은 "아이스급이 아닌 유조선들을 투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일반 사고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북극해의 '북해 항로'를 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굳혀왔다.

무르만스크에서 시작해 베링해협을 지나 한반도 남쪽 북태평양을 지나는 이 항로는 35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프리모르스크에서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양을 지나 중국으로 가는 45일짜리 항로에 비해 열흘이 짧다.

케이플러(Kpler)의 석유분석 책임자 빅터 카토나는 러시아는 북극항로 이용으로 한 번 항해에 50만달러(약 6억6500만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경제성때문에 북극항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오던 중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이 석유수송에 제재를 가하자 북극항로 칼을 빼 들었다.

화물선은 이 북극항로를 자주 활용해 왔지만 이번에 유조선도 이 항로를 이용하도록 허용했다.

유조선을 북극항로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빙하에 대비해 선체를 보강한 유조선은 지금까지 딱 한 척 밖에 없다. 이번주 항해를 마친 LNG운반선이 유일하다.

선체보강이 안된 선박이 북극항로 운항이 가능해진 것은 실상은 2020년부터였다.
러시아 해사규제기구인 로스아톰(Rosatom)은 북극항로에 비아이스급 선박이 여름에서 가을, 매년 7~11월 사이 운항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얼음이 얇은 이 시기에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받아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론상으로는 빙하가 가장 얇은 시기인 북극해 여름철인 9월과 10월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선박이 얼음에 갇히거나, 보강하지 않은 선체가 빙하에 부딪칠 위험은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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