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PC보다 車"...전자업계 '믿을맨' 된 자율주행차

      2023.09.19 05:00   수정 : 2023.09.19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전방산업 부진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업계의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율주행 시대로 본격적으로 접어든 자동차 산업이 전자업계의 구원투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매년 가파른 성장세와 시장 잠재력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양강 삼성전자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를 필두로 차량용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TSMC, 테슬라 '자율주행차 두뇌' 맡는다

19일 대만 매체와 현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체개발한 슈퍼컴퓨터 '도조'에 사용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D1'의 TSMC 위탁생산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

D1은 TSMC의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제품과 첨단 패키징 기술의 결합을 통해 양산되며, TSMC는 이를 위해 올해의 2배 수준인 1만장의 웨이퍼를 투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언론은 2025년부터는 주문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테슬라는 TSMC의 고속연산(HPC)향 제품의 주요 고객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테슬라와 TSMC의 '밀월'은 자율주행 시장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현재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인 A100을 탑재한 슈퍼컴퓨터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칩은 고가에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며, 테슬라가 구현하고자 하는 자율주행 등 특정 기술에 최적화돼 있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이에 테슬라 자체개발 칩인 D1이 탄생시키고자 글로벌 1위 파운드리 회사인 TSMC를 파트너로 낙점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D1은 현재 테슬라가 채택한 A100보다 6배 빠르다. 테슬라는 도조를 통해 약 200만대 차량이 매일 보내오는 수십억건의 영상을 빠르게 분석해 '자율주행 운전연습용'으로 활용한 뒤 무선으로 테슬라 차량 자율주행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가 내년 말까지 도조에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TSMC와 테슬라 모두 "시장의 루머(소문)에 대한 논평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삼성전기 "이젠 PC보다 車"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차량용 시장이 향후 메모리 사업에서 PC 시장보다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 판단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진입한 이후 매년 매출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2018년 첫 자동차용 솔루션을 양산한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도 모바일 AP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더 나아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하며 자율주행차 시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가 2019년 개발한 자율주행 반도체 'HW 3.0'을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14나노 기반으로 생산하며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미국 AI 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발표했다.

한편, 삼성전기도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대폭 체질개선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주력 사업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의 전장향 제품 생산능력(CAPA)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에 이어 중국 톈진과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범용 MLCC 생산기지인 필리핀 라구나 사업장의 전장용 MLCC 생산 시설 확충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 수요가 언제 회복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 한 대에 수 천개의 반도체 칩과 1만개가 넘는 MLCC가 들어간다는 점은 전자업계에 매력적인 요소"라면서 "안전성 등으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진입문턱이 높으면서도 부품당 단가가 기존 IT향에 비해 고가인 점 또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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