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냉담한 시민들

      2023.09.18 18:37   수정 : 2023.09.18 18:37기사원문
18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지하철 시청역이 고성으로 가득 찼다. 경찰은 방패를 들고 무릎까지 보호장구를 낀 채 "막아, 막아"를 외치며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을 저지했다. 현장에서는 몸싸움도 벌어졌고 넘어진 활동가 한명이 밟힐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전장연 발언과 지하철 열차 지연 안내방송, 경찰 경고 방송 등이 겹치며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이동권 보장" 전장연 탑승시위

전장연 활동가 70여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청역 2호선 승강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공간 이동 권리를 즉각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2호선 플랫폼에서 탑승 시위를 전개했다. 전장연의 탑승 시위는 지난 11일 재개된 뒤 이번이 두번째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진행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과 전장연 탑승 시위가 겹치면서 시청역 혼란은 극심했다. 전장연의 집회가 있었던 2호선의 경우 외선 운행은 5~10분 지연됐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과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대 90여명이 이를 제지했다. 결국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장연 활동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밀지 말라고 외치자 전장연 활동가들은 "미는 게 아니라 댁들이 지금 막고 있는 것"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집회 신고는 했냐"며 "이동권이 아니라 장애인 예산에 대한 시위면 용산에서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오전 9시께에는 점점 더 다툼이 격렬해져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이리저리 밀쳐졌다. 그 와중에 성인 남성에 비해 크게 체구가 왜소한 장애인 활동가 한명이 넘어졌다. 현장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들에게 순간적으로 밟힐 뻔해 사고 위험도 있었다.

현재 전장연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에 장애인을 위한 예산이 적게 편성됐다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권달주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막아선다고 장애인 목소리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24년도 장애인권리예산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걸 다시 한번 말한다"고 말했다.

■"통근 시간 시위는 피해줬으면"

현장에서 시위를 목격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출근길에 1호선을 타고 이동해 시청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는 강모씨(36)는 "이제 파업이 끝난다고 괜찮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러 왔는데 연달아 시위하니까 불편하다"며 "시위는 통근 시간만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모씨(35)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난주부터 평소보다 10~20분 정도 일찍 출근하고 있다"며 "심정은 이해되지만 이런 시위는 시위하는 사람도, 시민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취업 지원 예산 삭감을 항의하는 전장연 활동가들이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이다 전원 연행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께 전장연 활동가 27명을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연행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오전 7시께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를 점거한 혐의를 받는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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