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나선 문재인…尹정부 직격하고, 이재명 만나 결집 유도

      2023.09.19 19:13   수정 : 2023.09.19 19: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퇴임 후 첫 서울행에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자리를 빌려 윤석열 정부에 공개적으로 날을 세우고, 단식농성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며 당 결집을 유도하면서다.

문 전 대통령은 19일 63빌딩에서 열린 9·19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재정적자와 외교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문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적자재정 비판을 언급하며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 재정흑자를 기록했고,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는데, 적자 원인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 감소와 부자 감세 때문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연설 시간의 3할을 할애해 노무현·문재인 진보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했을 때 경제상황이 나아졌다는 주장을 펼치며 나온 발언이다. 최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지표 통계 조작 의혹을 대대적으로 감사하는 상황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가 미국·일본과 3국 협력에 무게를 두는 기조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9·19 선언에 따른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잃을 수도 있다”며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군사합의가 흔들리는데 급기야 정부·여당에서 폐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을 맞는 지금 군사합의 폐기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연설 말미 현 정부를 넘어 보수진영을 향해 노골적으로 날을 세우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의 교훈을 말하면서 역대 정부의 안보와 경제도 살펴봤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도 경제도 성적이 월등히 좋았다”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정부 공세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거기에 더해 민주당의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결집 유도 행보도 보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념행사 참석에 앞서 녹색병원에서 ‘수액 단식’을 하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이던 전날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최소한의 수액을 맞으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국정기조 전환을 위한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면서다. 이 대표가 병문안을 온 문 전 대통령에게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 배경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에 “길게 싸워나가야 하고 국면도 달라지기도 해서 이제는 기운을 차려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면서 “이 대표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정부에 맞서는 전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그간 친명(親 이재명)과 비명 내홍을 겪어왔다.
비명이 주로 친문(親 문재인)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날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손잡은 장면은 당이 뭉치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당장 오는 20일부터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 폭정·검찰독재 저지 총력투쟁대회’를 열어 대대적인 대정부투쟁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오는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는 강경일변도 당론이 채택될지 주목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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