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상어부터 '가재미'·젓갈까지…김정은의 '수산물 사랑'
2023.09.20 06:01
수정 : 2023.09.20 06:01기사원문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철갑상어부터 가재미(가자미), 대구, 임연수, 젓갈 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공개활동 보도에 유독 수산물 요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4년여 만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공식 만찬에서 철갑상어 요리를 대접받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해 김 총비서와 진행한 연회에서도 철갑상어 요리가 제공됐다. 철갑상어 요리는 김 총비서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외에서 맛본 뒤 북한에도 도입을 지시한 '최고급 요리'로 꼽힌다.
북한이 러시아 국방장관에 자국 내 최고급 음식인 철갑상어 요리를 대접하고, 러시아도 김 총비서에게 같은 음식을 대접했다는 것은 그만큼 양국이 서로를 극진하게 대접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수산물은 김 총비서의 '애민주의'를 선전하는 데 자주 활용되기도 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자 '후대들을 위해 기울이시는 어버이의 뜨거운 사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 총비서가 지난 7월 청진애육원(고아원)에 수산물을 보낸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길이 2m, 무게 100㎏에 달하는 대형 가자미가 잡혔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를 청진애육원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김 총비서는 가자미와 함께 대구, 임연수를 보냈다.
신문은 지난달엔 김 총비서가 지난 2018년 8월 금산포 젓갈가공공장을 찾아 '잡어젓'의 이름을 구미가 동하도록 '잔물고기젓'이라고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김 총비서가 인민들의 먹거리까지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에서 수산물과 수산물을 활용한 요리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식량난의 영향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산물은 양어(養魚)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강·바다에서 어로활동을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소·돼지를 키우려면 비싼 곡물 사료가 많이 필요한 까닭이다.
북한 내 최대 규모 워터파크 '평양 문수물놀이장'에서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해 물놀이장 지하에 철갑상어, 메기, 붕어 등 어류를 키우는 양어장을 운영할 만큼 수산물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총비서 집권 초기에는 군이 운영하는 수산사업소에 현지지도를 나가는 일이 빈번했는데, 각 수산사업소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급냉한 '물고기 블로크(블럭)'는 김정은 시대 수산물 공급 방식의 한 상징이기도 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이 발표한 '식량시스템 계기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북한의 하루 평균 육류 섭취량은 5.65g으로 세계 평균 23.71g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