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영장심사에 임하면 된다
2023.09.20 18:27
수정 : 2023.09.20 18:27기사원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과거 "21세기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라며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를 꼽았다. 박 전 원장은 그러나 이 대표가 "단식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며 "이재명의 단식에서 김대중의 단식을 본다"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영원한 DJ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박 전 원장이다. 이재명의 단식에서 김대중의 단식을 본다니. 아무리 공천이 급해도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다름 아니다. 극한의 굶주림 속에서도 이 대표는 동조단식자 명단과 방문자 명단을 잘 관리하라고 지시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공천에서 탈락시킬 이른바 '수박'들을 골라내겠다는 의도를 스스로 밝힌 것이다. 의원들은 병풍처럼 이 대표 주위를 둘러싸고, 얼굴도장 찍으려 발걸음을 재촉하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다투어 공개적으로 인증하기 바쁘다. 그들의 초조한 행보에서 '헌법기관'의 권위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무기명 비밀투표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행태는 괴기한 정도를 지나 안쓰럽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병원에 간 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잔인한 검찰'이라고 비난한다. 검찰이 영장청구 날짜를 맞춘 게 아니라 검찰 수사일정에 맞추어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게 진실이다. 9월 정기국회 개회 시 이미 21일, 25일 본회의 일정이 공지된 바 있다. 18일이나 19일 영장을 청구해야 양일 중 하루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은 오래전에 나온 얘기다. 이 대표를 비호하는 건 자유지만 검찰을 악마로 만드는 전략은 우스꽝스럽다.
그로테스크를 넘어 자연스러운 정치를 만드는 방법은 쉽다. 이 대표는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한 바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정치검찰의 조작수사, 신작(창작)소설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증거를 조작하고, 증거를 하나도 내놓지 못한다고 검찰을 비난한다. 주장대로만 하면 된다.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임하여 법관 앞에서 검찰의 조작수사를 입증하면 된다. 당연히 영장은 기각될 것이고, 검찰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요하게 구속을 추진해온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바라는 대로 구속만은 피할 수 있고, 검찰은 불구속 기소할 수밖에 없다. 박용진 의원의 말처럼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체포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무고함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외치는 모습은 정말 괴기하다. 둘 중 하나 아니겠는가. 겉으로 하는 말과 달리 속으로는 스스로도 유죄라고 확신하거나 판사마저도 '정치판사'여서 믿을 수 없다는 것. 국민들 앞에서 거짓말한 게 아니라면 법관 앞에서 못할 게 무엇인가. 법관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라면 앞으로는 국민들 앞에서도 해서는 안 된다.
dinoh7869@fnnews.com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