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실상 철회...환경단체 '반발'
2023.09.22 05:00
수정 : 2023.09.22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확대 시행과 관련, 지방자치단체 자율로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사실상 전국 의무 시행 철회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 앞서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제주와 세종에서 보증금제가 성과를 내고 다른 지자체나 기업이 호응하는 조처를 내놓는 가운데 장관이 공언한 전국 시행을 사실상 포기하는 방침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되나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을 고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가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에 맡기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소상공인 부담과 제도 미적용 매장과 형평성이 개정안 발의 이유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제과점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내도록 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 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은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당초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작년 6월 10일 전국적으로 시행됐어야 했지만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여당이 부담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이유로 반발했고 결국 환경부는 시행을 6개월 미뤘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일 제주와 세종에서만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했다. 제도 시행 유예와 지역 축소는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였다.
이후 최근 감사원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과정 공익감사를 벌인 뒤 "현재까지 제주와 세종에서만 보증금제가 시행돼 자원재활용법상 시행일을 준수하지 못했고 법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장관에게 "법 취지에 맞게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결과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확대 시행을 추진해야 했다. 당초 환경부의 계획도 시범지역의 1년 성과를 토대로 전국 시행 시점을 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축소 시행 9개월 만에 ‘지자체 자율 시행’을 검토하면서 사실상 전국 확대를 포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4년이면 전 세계 160개 국이 합의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발의된다. 국경이 없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1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있는 정책을 축소하고 유예하며 후퇴하고 있다.
제주·세종서 성과...환경단체·야당 비판 거세
하지만 환경부의 방침과 달리 제주·세종에서 조금씩 보증금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 보증금제 성과를 보면 제주와 세종에서 지난달까지 약 314만 개 일회용 컵이 판매업장에 돌아왔다. 사용량 대비 반환량인 반환율은 지난달 둘째 주 61%로 시행 첫 달 12%에서 급상승했다.
특히 관광객이 많아 제도 정착이 어렵다고 평가된 제주에서 반환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제주 반환율은 6월까지 30%대에 그쳤으나 7월 50%대로 올라섰고 지난달 둘째 주엔 63%에 이르렀다.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성과를 내면서 서울시도 참여를 예고한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2025년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다만 지자체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결정권을 넘겼을 때 모든 지자체가 적극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2024년이면 전 세계 160개 국이 합의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발의된다"며 "국경이 없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1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있는 정책을 축소하고 유예하며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