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는 해파리도...학습 통해 충돌 피한다
2023.09.22 23:00
수정 : 2023.09.22 23: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뇌가 없는 해파리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유럽 연구진이 최초로 밝혀냈다. 해파리는 1000개의 신경세포만 있을 뿐 고도로 발달된 뇌가 없지만,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뇌 없는 해파리가 인간이나 쥐, 파리처럼 과거 경험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0개의 신경 세포로 학습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안더스 가름 교수는 22일(한국시간) 캐리비안 상자 해파리(Tripedalia cystophora)가 장애물을 발견하고 피하는 법을 배우도록 훈련시킨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우리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집약돼 고도로 발달했다. 하지만 해파리는 몸에 퍼져 있는 신경세포가 겨우 1000여개에 불과하며 눈과 코, 귀, 뇌, 심장 같은 기관이 없다.
안더스 가름 교수는 "고작 1000개의 신경 세포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초파리나 생쥐와 같은 발달한 동물만큼 빨리 학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간단한 신경계도 고급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신경계의 진화 초기에 발달하는 근본적인 세포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파리는 손톱만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몸에 24개의 복잡한 시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 시각 시스템을 가진 해파리가 시각 및 물리적 자극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했다.
경험을 통해 출동 회피 학습
연구진은 캐리비안 상자 해파리의 자연 서식지와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둥근 탱크 안에 맹그로브 뿌리를 모방한 회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장애물들을 넣었다. 탱크 안에 있는 해파리를 7분 30초간 관찰한 결과, 초기에는 해파리가 회색 줄무늬에 가까이 다가가며 충돌했다.
연구진은 해파리에게 특정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훈련시켰다. 처음에 해파리는 멀리 보이는 이 줄무늬 근처로 헤엄쳐 자주 부딪쳤다. 그러나 실험이 끝날 무렵, 해파리는 벽까지의 평균 거리를 약 50% 늘렸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성공적인 피벗 횟수를 4배로 늘렸다. 또한 벽과의 접촉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는 해파리가 시각적, 기계적 자극으로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훈련 이전에는 충돌이 빈번했지만, 실험 종료 시점에서는 해파리가 장애물과의 거리를 늘려 피하는 효과적 방법을 습득한 것이다.
가름 교수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기억 형성을 분석하기 위해 해파리 신경계의 세포 상호작용을 더 깊이 조사할 것"이라며 "동물의 물리적 감지장치가 어떻게 작동해 연관 학습에 대한 이해를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