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50만원 넣고 예순부터 100만원 받자”...‘개인투자용 국채’로 시작하는 노후대비
2023.09.23 05:59
수정 : 2023.09.23 05: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국채 투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표적인 ‘저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꼽힙니다. 다만 해외에서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국채 발행이 활발하지만, 국내의 경우 소액으로 거래하기 어려워 일반투자자보다 기관·고액자산가들가 주로 선호하는 상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내년 상반기부터 단돈 10만원으로 누구나 투자할 수 있고 원금 보장과 만기보유 시 복리 혜택, 분리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데요. 오늘은 ‘노후대비’에 알맞은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복리 효과’로 20년 지나면 2배로 불어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기예금처럼 ‘일시불’로 매입해 만기 날 원금과 이자를 한 번에 수령하거나 연금처럼 ‘월정액’을 납부한 뒤 분할 수령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만기는 10년과 20년 중 선택할 수 있고 은행, 증권사 등에서 전용계좌를 개설해 매월 청약을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소 투자 금액은 1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고 연간 구매한도는 1인당 1억원으로 설정될 전망입니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를 완료했고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실무 작업에 착수해 오는 12월 세부적인 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가장 큰 장점은 ‘연복리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개인투자용 국채에는 표면금리와 가산금리가 적용되는데요. 우선 가산금리가 없다고 가정하고 개인투자용 국채의 수익률을 따져보겠습니다.
만약 표면금리가 현 기준금리 수준인 3.5%에 발행된다고 가정하면, 표면금리 3.5%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에 1억원을 투자했을 시 10년 뒤 원리금은 원금 1억원에 복리가 적용된 이자 ‘4100만원’으로 총 1억4100만원입니다. 투자원금인 1억원 대비 수익률은 41%, 연평균 수익률은 4.1%인 거죠. 연 3.5% 표면금리보다 0.6%p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발생한 이자를 수령하지 않고 또다시 재투자했기 때문에 수익이 커진 겁니다.
만약 똑같이 1억원을 3.5%짜리 개인투자용 국채 20년물에 투자했다면 원리금은 원금 1억원에 복리가 적용된 이자 ‘9898만원’으로 약 2배 가까이 불어납니다. 이때 연평균 수익률은 4.9% 수준이죠. 투자 기간이 길수록 극대화되는 복리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가산금리에 분리과세까지 ‘쏠쏠’
그런데 개인투자용 국채는 표면금리에 가산금리까지 붙게 됩니다. 가산금리는 매월 기획재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월 결정하고 공표할 예정인데요. 한번 가산금리가 0.5%가 적용된다면 가정해 볼까요. 표면금리 3.5%에 가산금리 0.5%가 더해지면 실제 금리는 4%입니다. 1억원을 4%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에 투자하면 원리금은 1억4802만원, 20년물에 투자하면 2억1911만원입니다. 각각 연평균 수익률은 4.8%, 6.0%에 달하게 됩니다. 만약 ‘월정액’ 납입 방식을 선택했다면 45세부터 65세까지 20년 동안 매월 50만원을 넣었다면 65세부터 85세까지 연복리 이자에 매월 100만원 가까이 수령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분리과세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현행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가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초과 부분에 대해서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이 적용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액 2억원까지 이자소득이 14%로 분리과세 돼 금융소득종합과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높은 과세표준 구간에 있는 고소득자라면 이같은 개인투자용 국채의 분리과세 혜택은 눈여겨볼 만한 혜택이죠.
■10·20년 묶어야만 혜택 극대화... “장기 투자 계획 선행돼야”
주의할 점은 ‘중도해지’입니다. 만약 급전이 필요해 개인투자용 국채를 중도에 환매하고 싶다면 매입 1년 뒤부터 중도 환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당초 받을 수 있었던 가산금리나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은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표면금리 3.5%, 가산금리 0.5%p인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을 100만원에 매입한 후에 1년만 보유하고 중도 환매했다면 가산금리는 적용받지 못하고 원금 100만원과 표면금리인 3.5%에 대한 이자 3만5000원만 받을 수 있고 2년 보유한 후 중도 환매한 경우에는 원금과 이자 7만 원만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만기 전 중도 환매할 경우 ‘표면금리 X 보유한 기간’만큼 이자를 받게 되는 거죠.
일반 장기물 국고채처럼 6개월마다 이자 지급이 없고 금리 인하 전환에 따른 자본차익이나 가격이 올랐을 때 시장에서 사고팔면서 매매차익을 누릴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사고파는 등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또 국채의 월간 발행한도 내에서 배정돼 청약 총액이 이를 초과할 시 소액을 우선 배정하게 됩니다. 만약 개인투자용 국채를 원하는 청약자가 많다면 내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사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거죠.
결국 개인투자용 국채의 핵심은 ‘만기 보유’입니다. 10년에서 20년 동안 묶이는 걸 감수해야 합니다. 그 때문에 개인투자용 국채는 투자 상품이 아닌 저축성 상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장기간 투자할 계획이 있을 때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노후대비, 자녀 학자금, 목돈 마련 등 중장기 자산에 대한 수요가 있으시다면, 내년 상반기에 개인투자용 국채를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