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세요" 가격 인하 경쟁 나선 車업계
2023.09.23 05:04
수정 : 2023.09.23 06:41기사원문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국산·수입 합산)은 9553대로 1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34.1% 급감했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도 10만1437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지난해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전기차 수요가 하반기부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업체들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차는 최근 연식변경 모델인 2024년형 아이오닉6를 출시하면서 일부트림의 가격을 인하했다.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플러스의 경우 2023년형 모델 대비 70만원 인하해 가격이 5775만원으로 떨어졌다. 신차의 가격을 낮춘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통상 완성차나 수입차 업체들은 그동안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첫 선을 보인 아이오닉6는 아직 출시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월 판매량이 3905대 수준에 달했지만 지난 8월에는 400대를 파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차는 가격을 낮추고 상품성을 개선하며 판매 회복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KG모빌리티도 신형 전기차 토레스 EVX의 가격을 사전계약 당시 4850만~5200만원 대비 최대 200만원 가량 인하한 4750만~4960만원으로 책정했다. 구매 보조금을 포함한 실 구매가는 3000만원대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사전계약 보다 가격을 낮춰 결정한 경우는 국내에서 찾아 보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토레스 EVX에 중국 비야디(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들어간다. 중국산 배터리 사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KG모빌리티는 보증기간을 10년, 100만㎞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테슬라도 국내에서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 차량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전액 보조금 상한선인 5700만원 미만을 지키기 위해 5699만원으로 책정했다. 테슬라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이어가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보다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정부도 전기차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대당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의 액수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면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보조금 예산이 많은데 이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르면 다음 주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전기 승용차의 국고보조금은 최대 680만원이고, 지자체 보조금은 지자체별로 다른데 서울의 경우 180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늘어나게 되면 자동차 업체들은 추가적인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만 하더라도 국고보조금만 1200만원에 달했는데, 매년 규모가 줄어들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보조금이 액수가 증액된다면 이에 발맞춰 전기차 수요 진작을 위해 할인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