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유가, 신흥국에 이중 부담..."고공행진 오래 못 가"

      2023.09.24 06:43   수정 : 2023.09.24 06: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 다시 들어설 조짐을 보이면서 달러 강세 충격까지 더해진 신흥국이 이중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달러 기준으로는 브렌트유가 올들어 7.4% 상승했지만 중국 위안 기준으로는 그 두 배에 가까운 13% 폭등했다.

한편 고유가는 석유업체들도 우려하는 사안으로 내년에는 배럴당 80달러 안팎으로 다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흥국, 이중 타격


2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펜태슬론인베스트먼츠의 일리아 부차예프 상무는 통상 달러 가치와 유가 흐름은 반대로 움직이지만 이번에는 달러 가치 상승과 유가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차예프는 이런 변화는 특히 중국과 인도 같은 달러로 표시되는 석유를 이전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사야 되는 신흥국들에 이중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들은 미국 달러 상승과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상승세가 증폭된 석유를 사야 해서 이중의 충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가, 위안화로는 충격 2배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 변화폭은 신흥국들이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라는 이중 충격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브렌트는 달러 기준으로는 올들어 가격이 7.4% 상승했다.

그러나 중국 위안화 기준으로는 상승폭이 그 2배에 가까운 13%에 이른다.

그나마 값이 큰 폭으로 내린 러시아 석유를 대량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는 강달러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러시아 외에 다른 나라에서 달러로 석유를 사야 하는 나라들은 고통이 크다.

석유업체들도 떤다


WSJ은 고유가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이 신흥국들만이 아니라면서 석유업체들도 떨고 있다고 전했다.

고유가 속에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뚫고 나면 석유업체들이 정치적인 압박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수요 감소 우려와 더불어 각국의 초과이득 환수, 이른바 횡재세 흐름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지난해 석유업체들이 고유가로 사상최대 순익을 기록하자 유럽연합(EU)은 이들에게 횡재세를 물렸다.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횡재세 도입을 경고한 바 있다.

고유가 흐름이 오래 가면 각국 정부의 횡재세 도입을 비롯한 석유업체 압박 역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자 연비 기준을 제정하는 대응에 나선 바 있다.

75~90달러가 적정선


석유업체들이 원하는 골디락스 유가 수준은 배럴당 75~90달러 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댄 피커링은 유가가 이 범위에서 움직이면 석유 생산업체들이 적정이윤을 거두는 한편 수요 역시 억제되기 직전 수준에 도달한다고 판단했다. 석유 수요가 최대 수준에 접근하고 석유업체들은 최대 이윤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기 유가 전망은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내년 10월 인도분 유가는 현재 배럴당 84달러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닫고는 있지만 이같은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유가로 수요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 사우디가 총수입 감소를 우려해 석유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IEA는 내다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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