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과 들었다 놨다 … "시장서도 지갑열기 겁난다"

      2023.09.24 18:20   수정 : 2023.09.24 18:20기사원문

"대목이면 뭐하나요 돈이 안 돼요. 사람들은 많이 오는데 물가가 올라서 물건을 안 사요." (버섯상점 주인 A씨)

"과일, 제수용품이나 비싸지 안 먹어도 되는 야채는 가격이 내려서 평소보다 싸게 팔 수밖에 없어요." (고추가게 신모씨)

추석 연휴를 엿새 앞둔 22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상인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인파로 북적였지만 상인들 표정은 어두웠다. 물가가 오른 탓에 예전만큼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소고기 값이 내리면서 정육점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사람 많아도 지갑 안 열어"

상인들은 명절을 앞두고 늘어난 인파가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대목을 맞아 평소보다 장사가 되긴 하지만 매출은 매년 줄고 있다고 한다. 경동시장 입구에서 야채장사를 하는 서모씨(74)는 "경동시장은 시골에서 물건이 바로 올라오니까 싸지만 올해는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열매가 흉년"이라며 "물가도 많이 올라 사람들이 두 개 살 거 하나만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이 이것저것 사 먹어야 되는데 다들 돈이 없으니까 물건을 안 사고, 점점 제사도 안 지내고 여행을 가버리니 해마다 장사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대형 정육점에는 긴 줄이 생겼다. 예년 대비 소고기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젊은 직원은 줄을 서기 위해 모여든 할머니들에게 "소고기 사실 분은 이쪽으로 오세요"라며 위치를 안내했다.

■젊은 층 없고 노인들 북적여

시장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년 유입을 위해 '청년몰'이 시장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만 북새통이었다. 청년몰 앞에서 엿기름 등을 파는 박모씨(74)는 "청년몰, 카페가 생긴 뒤 찾는 젊은이들이 예전보다는 늘었다"면서도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아니다. 주차시설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젊은 사람들과는 여건이 안 맞고 노인들만 많이 온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노량진수산시장도 대목을 앞두고 인파가 몰렸지만 비싼 가격에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장을 방문한 주부 김모씨는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 물건 사기가 힘들다"며 "노량진은 좀 싸지 않을까 싶어 왔는데 그나마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산물 상품권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방문한 60대 차모씨는 "요새 전복이 너무 비싸서 겁난다"고 말했다.

■과일 값 오르고 야채·한우는 떨어져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일 값은 오르고 야채, 한우 값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은 평균 30만4434원으로 지난해보다 4.0% 하락했다. 무는 100g 기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각각 19.2%, 16.9% 하락했다. 시금치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각각 15.1%, 20.1% 싸게 살 수 있다. 과일류 가격은 올랐다.
사과 가격은 5개 기준 전통시장(1만5528원)이 2.7% 올랐고, 대형마트(1만7580원)는 19% 상승했다. 한우는 사육 마릿수가 늘어 가격이 떨어졌다.
우둔살 1.8㎏ 기준으로 한우 값이 전통시장은 11.2%, 대형마트는 16.0% 떨어졌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주원규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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