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베테랑 기술자들 중심 ‘빠듯한 출항’… 뒤늦게 인재 키우기 나서는 日

      2023.09.24 19:26   수정 : 2023.09.24 19: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지난 8월 1일 라피더스 입사식에는 베테랑 반도체 기술자 30명이 참석했다. 대부분이 50대로 반도체 기업이나 전기 관련 대기업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경력자다. 이들은 "관리직보다 현장 플레이어로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2027년 반도체 양산 개시를 목표로 공장 출범 때까지 종업원 수를 10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 7월 말 대비 10배 많은 수준이다.


중도 채용을 적극 모집 중인 라피더스는 월 1회꼴로 입사식을 열고 있다.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은 입사식 때마다 "라피더스 설립이 10년 후였다면 은퇴했을 인력들"이라며 "출항은 빠듯했다"고 고백했다. 숙련 인력의 활약으로 양산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그는 전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재 부족 사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특히 20~30대의 인재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신문은 "젊은 층을 키워 숙련 인력의 지견과 경험을 전달하지 않으면 반도체 장기 안정 공급에 대한 바통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2000년대 초 일본 반도체 산업은 미국, 한국, 대만과의 경쟁에서 패했다. 희망퇴직자 모집이 잇따르면서 신규 졸업자 채용은 동결됐다.

취직난에 염증을 느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진행됐다.

공업통계조사에서 따르면 1999년 19만4000명이던 반도체 인력이 20년 만에 60% 줄었다.

최근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올라오고 있다. 쿠마모토 대학은 2024년도에 반도체를 배울 수 있는 학부 '정보 융합학과'를 신설한다. 지난 8월 5일 열린 오픈캠퍼스(설명회)에는 관련 학부에서만 1800여명이 다녀갔다.

최근 홋카이도 국립고 4개교는 반도체 산업을 지탱하는 인재 육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4개교는 향후 도내 기업과의 산학연계도 추진해 내년도부터 반도체를 배우는 과목을 공동 신설할 예정이다.

라피더스가 홋카이도 중부 치토세시에 진출을 결정하면서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부터 반도체 연구자나 대학생을 해외의 기업이나 연구기관에 파견한다. 토호쿠대 공대 구로다 마사토 교수는 라피더스 사장 코이케 아츠요시 등과 연구 시설이나 공장을 중심으로 일본 내 반도체 인재를 기르는 거점을 구상 중이다.

반도체 인재 확보 전쟁은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진흥에 거비를 들여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11개 대학과 협력해 기술자 육성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10년간 반도체 인력을 15만명 양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대학에서 1000여 명의 인력을 키워내 자사로 영입했다.


신문은 "약화한 인재 기반을 두껍게 하려면 10년 단위의 시간이 걸린다"며 "산관학이 장기 전략으로 손을 잡지 않으면 반도체 강국 재흥의 길은 어려울 것"이라 제언했다.

ps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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