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검사 눈썰미에 1300억대 불법도박 'MZ 조폭' 철창행
2023.09.25 12:29
수정 : 2023.09.25 13: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1300억원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그 수익금으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전신문신을 한 이른바 ‘MZ조폭’ 일당이 초임 검사의 끈질긴 수사 끝에 덜미가 잡혔다.
25일 춘천지검 형사2부(김상균 부장검사)에 따르면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장 개장 등과 도박 공간개설 혐의로 불법 도박 사이트 총판팀장 A(25)씨와 부팀장 B(25)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9월부터 최근까지 축구, 야구, 농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 승패를 예측해 현금으로 환급 가능한 전자머니를 걸게 하고 미리 정해진 배당률에 따라 돈을 지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 등은 사이트 회원들의 손실에 비례해 수익금을 분배받는 총판팀인 일명 '김OO팀'의 팀장으로, B씨는 팀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범행사무실을 관리하는 부팀장으로 각각 활동했다.
두 사람과 나란히 구속기소된 20대 3명은 팀원으로, 불구속기소 된 20대 1명은 홍보책으로 가담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회원들을 모집한 뒤 1300억원대 도박판을 벌였다.
팀원 3명의 혐의 사건만 경찰에서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관리자급 조직원인 A씨와 B씨를 검거했다.
팀원들은 경찰 수사에서 공범들의 신원에 대해 입을 다물었으나 사건을 송치받은 초임 검사가 방대한 내용의 텔레그램 자료를 분석해 김OO팀이 서울 금천구 일대를 중심으로 동창 혹은 동네 선후배 등으로 꾸려진 조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해당 검사는 대화 속 퍼즐 같은 단서들을 분석한 끝에 공범들의 신원을 알아냈다.
또 대화 속 단서를 통해 A씨가 범죄수익을 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금고 사무실' 주소를 확인하고 즉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현금 40억원을 압수했다.
A씨가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으로 몰고 다닌 고급 승용차 2대와 1억5000만원의 임대차보증금반환 청구권도 몰수보전 조치했다.
이들은 고급 승용차 여러 대를 타고 다니며 온 몸에 문신을 새겨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이른바 'MZ 조폭'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
춘천지검 관계자는 “피고인들의 여죄와 공범에 관한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피고인들의 범죄수익도 철저히 추적, 환수해 범죄 유인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