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액 '비자카드 수준'… 개도국이 혁신 주도

      2023.09.25 18:05   수정 : 2023.09.25 18:05기사원문
가상자산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실용성'을 결제 분야가 가장 먼저 극복할 거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혁신의 바람은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가상자산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투기 목적으로 거래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

25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헤지펀드 브레반하워드는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규모가 비자에 근접하고 있다.

5년 안에 스테이블코인 사용자가 비트코인 사용자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발행되는 가상자산이다.
가치가 고정돼 있어 결제에 많이 쓰인다.

브레반하워드의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금액은 11조1000억달러(약 1경4835조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대 핀테크 회사 페이팔의 결제금액 1조4000억달러(약 1871조1000억원)의 8배이며, 비자 카드를 활용한 결제 금액(11조6000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대안금융 전문 벤처펀드 점프 캐피털의 피터 존슨 핀테크 투자총괄은 "불과 몇 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큰 결제시스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스테이블코인은 주목할 만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은 거래소의 거래량과 크게 상관이 없다. 투기적인 목적보다는 대부분의 거래가 일반인들의 지불과 결제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총 거래 건수의 75%가 1000달러(약 135만원) 이하의 소액 거래이고, 전체 스테이블코인 중 거래소 지갑 보유는 3분의 1 미만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 혁신이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을 포함한 소위 선진국 국민들은 이런 트렌드를 알지 못한다"며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는 남아메리카,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가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서둘러야"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을 보고 전통 금융·결제사들도 스테이블코인에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온·오프라인 결제를 각각 대표하는 비자와 페이팔이다.

비자는 가상자산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초기부터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지난 2018년 10월 크립토닷컴과 함께 가상자산 기반 선불카드를 선보였고, 2021년에는 이더리움 기반으로한 USD코인(USDC) 도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를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통 금융사로 전 세계 최초로 솔라나 네트워크를 결제에 활용하는 것이다.

페이팔은 아예 페이팔USD(PYUSD)라는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 페이팔USD는 달러와 1대 1로 연동되며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페이팔USD는 달러와 단기 국채, 현금성 자산 등에 의해 가치가 100% 뒷받침되며, 크립토닷컴, 비트스탬프,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간편결제앱인 벤모를 통해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정보기술(IT) 전문 컨설팅사 타이거리서치는 관련 보고서를 내며 "페이팔 등 전통적인 결제 회사들이 가상자산을 결제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는 가상자산이 현실 세계의 '통화 시스템'에서 하나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는 등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국가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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