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강인한 음색, 규현의 외유내강 '벤허'
2023.09.25 18:26
수정 : 2023.09.26 09:07기사원문
"그런 저들을 용서하라/그럼 난 대체 뭣 때문에 여기에 있나/내 가슴에 사무친 칼은 뭐였던가"('골고다' 중) 규현 특유의 부드러운 듯 힘있는 음색이 공연장을 압도했고, 객석에선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지난 2일 개막한 '벤허'는 이번이 세번째 프로덕션으로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가가 호흡을 맞췄다. 규현이 자신의 뮤지컬 데뷔작 ‘삼총사’(2010)의 왕용범 연출과 다시 만난 작품이다.
지난 22일 공연에서 '메셀라' 박민성은 파워풀한 남성미로 무대를 장악했고, '에스더' 최지혜는 가혹한 현실에 한줄기 희망을 주듯 청아하고 부드럽게 노래했다. 규현은 귀족에서 노예로 다시 로마군에서 유대의 아들로 거듭나는 벤허의 굴곡진 삶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극을 보는 재미를 전했다. 한류스타의 공연을 보러온 일본, 중국인 관객도 눈에 띄었다.
'벤허'는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등 유럽의 시대극 뮤지컬이 장기인 EMK뮤지컬컴퍼니 작품답게 8미터에 달하는 거대 석상을 비롯해 다양한 무대와 소품이 관객들을 역사속 로마로 초대했다. 영상을 활용해 구현한 군함과 콜로세움, 지하묘지 등 무대 배경도 다채롭게 펼쳐졌다. 특히 벤허가 권터스를 구하는 수중 장면은 무대 미술의 비밀을 궁금하게 했다. 8마리 전차 경주마도 공연의 규모감을 보여주기에 손색 없었다.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벤허'의 앙상블들은 이 작품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근육질 상반신을 자주 노출하는 이들은 채찍을 맞으며 혹사당하는 유대인이 됐다가 깃발 군무를 펼치는 로마군이 되며, 2막 시작을 여는 섹시한 무용수로 변신을 거듭하며 무대를 꽉 채운다.
벤허의 넘버 '살아있으니까'가 새로 추가됐다. 고귀한 본성과 달리 전투에 내몰리던 벤허가 유일하게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해치는 장면에서 부른다. 그는 "삶의 끝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지금 이 모든 게 나약했던 나의 선택"이라고 후회하며 "오늘 살아내고서 내일 살아갈 거야. 살아있으니까"라고 노래한다. 공연은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