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된 러 올리가르히 압류 자산...요트 유지비만 매주 3700만원

      2023.09.26 07:26   수정 : 2023.09.26 07: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 정부가 러시아 재벌인 올리가르히들이 소유한 자산을 압류했지만 마땅한 대책도 없이 유지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요트 한 대 유지비만 1주일에 최소 2만8000달러(약 3700만원)에 이른다.

법적인 걸림돌로 인해 매각도 어려운 가운데 미 정부가 세금으로 막대한 유지비를 계속 부담하게 됐다.



압류 자산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닭갈비, 계륵 신세가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러시아 제재에 나섰지만 정작 피해는 러시아 대신 서방이 공동 분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이하 현지시간) 경제제재 대상인 러시아 억만장자들로부터 압류한 자산들이 매각이 어려운 가운데 유지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예가 길이 82m가 넘는 러시아 인산염 비료 재벌 안드리이 그리고리예비치 소유인 것으로 의심되는 호화 요트 '알파 네로'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제재 명단에 이름이 오른 그리고리예비치 소유로 의심되는 알파네로는 지난해 미 정부가 무장경찰 20여명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5명을 투입해 압류했다.


1억2000만달러(약 1610억원)를 호가하는 이 축구장 길이의 요트 알파네로 유지에 이후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있다.

주당 2만8000달러가 든다.

이탈리아인 선장 급여, 에어컨 가동을 위한 하루 경유 사용료 2000달러 등이 포함된 유지비다.

에어컨은 울며 겨자 먹기로 틀고 있다.

에어컨을 끄면 단 48시간 안에 곰팡이가 배 전체를 뒤덮게 된다. 나무 내부 장식은 물론이고, 요트 벽에 걸려 있는 스페인 화가 호안 미로의 작품도 훼손될 수 있다.

배에 남은 샴페인, 바닷가재, 캐비어 등을 모두 소진한 기간선원 6명은 배가 언제든 출항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주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방 정부 다자간 합동 태스크포스(TF)의 3월 발표에 따르면 현재 서방 각국이 압류한 올리가르히, 러시아 관료 등 소유의 요트, 대저택, 투자자산 등은 모두 580억달러(약 77조8300억원)에 이른다.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자산 압류는 그러나 되레 서방을 옥죄는 사슬이 되고 있다.

압류는 했지만 법적 소유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어서 매각이 불가능하다. 제재 대상 인물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입증해야 소유 자산 매각이 가능하다.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유럽 나라들은 제재 대상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을 상대로 300여건의 범죄 수사를 시작했고, 미 법무부는 50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꾸려 범죄혐의 입증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 과정을 통해 매각된 자산은 고작 540만달러(약 72억원)어치에 불과하다.


영국이나 유럽연합(EU)은 압류자산 단 한 건도 매각하지 못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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