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액정 깨졌어" 이 문자에 속은 엄마, 예금 1억 날렸다

      2023.09.26 14:14   수정 : 2023.09.26 15: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녀인 척 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격 접속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계좌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와 예금 등을 빼내 총 63억원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범행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 돈을 불법 도박사이트로 이체해 제3의 계좌로 돈을 빼돌리는 신종 자금세탁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리비 좀" 문자 보낸 후 개인정보 빼내

26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 위반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씨(42) 등 5명을 구속하고 공범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어 해외로 달아난 해외 총책 B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지명 수배하고, 이들에게 대포 통장과 유심칩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피해자 부모에게 '휴대폰 액정이 부서져 수리비를 달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 금융사기를 범했다. 드러난 피해자만 총 155명으로, 피해 금액은 63억원 상당이다.

보험 신청한다며.. 2억8000만원 대출 받아 가로채

주요 피해 사례로는 지난 3월 60대 여성 C씨에게 "엄마, 휴대폰 떨어뜨렸더니 터치가 안 돼서 수리 맡겼어. 파손보험 신청해야 되는데 도와줄 수 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C씨에게 이들은 휴대폰이 고장나 남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그 휴대폰에 전화했고, 일당은 파손보험 신청을 위해 필요하다며 무슨 앱(원격접속앱)의 링크를 보냈다. C씨가 해당 앱을 깔자 일당은 C씨 휴대폰에 원격접속해 예금계좌 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두 따냈다.

그렇게 C씨 명의로 2억8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보험금 2900만원을 해지해 환급받았다. 해당 금액은 자신들이 만든 대포통장으로 입금하고, 곧바로 불법 도박사이트의 입금 계좌로 송금시켜 자금세탁을 한 뒤 빼돌렸다.

6월에는 60대 여성 D씨에게 "엄마, 액정이 깨졌어. 휴대폰 보험 처리하는데 컴퓨터로 하려니 폰 인증 못 받아서 엄마 폰으로 먼저 인증받아서 보험처리할게"라고 문자를 보내고, D씨로부터 주민등록증·통장·체크카드 사본과 휴대전화 인증을 받았다. 이후 원격 접속 앱을 설치케 한 뒤 예금 1억900만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접수된 자녀사칭 메신저피싱 사기피해 진정서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피해금액이 불법 도박 사이트로 입금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신종 자금세탁수법을 적발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휴대폰 32대와 대포 유심·계좌 121개를 압수하고, 4억5000만원을 추징 보전하는 등 총 7억5000만원의 범죄수익을 환수 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무심코 저장해 둔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가 사기범의 목표가 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가족이나 지인이라 할지라도 일단 메신저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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