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00존, 남일이라고? 안전지대는 없다
2023.09.27 13:42
수정 : 2023.09.27 13: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독일 교환학생 시절 차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눈을 찢으며 칭챙총하는 인종차별은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수준 낮은 액션들은 상대방이 못배운 '모지리'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당시 자매대학에서는 현지학생들과 교환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줬다. 서툰 독일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나는 내 파트너를 첫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나와 매칭된 독일 학생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아시안이라는 것에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언어가 유창하지 않으니 더욱 싸늘해졌다. 결국 나는 그가 원한 조건의 외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이나 영어권 교환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누리며 많은 모임을 만들고 어울렸지만 나를 비롯한 아시안 학생들은 그곳에 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당찬 여대생으로 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론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최근에 기시감을 종종 느낀다. 나에게 아이가 생기면서다.
휴가를 준비하면서 호텔을 알아보다 몇 차례 포기를 해야했다. 이전부터 가고싶었던 1순위 호텔은 숲캉스가 컨셉이었는데 알고보니 '노키즈존'이어서 아예 입장자체가 불가능했다. 2순위 호텔은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노키즈존'이었다. 남편과 교대로 아이를 보면 이용은 가능했겠지만 이 역시 뭔가 유쾌하지는 않아 결국 다른 곳으로 갔다.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많다는 것에 놀랐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노시니어존'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매장을 오래 이용한 노인에게 퇴장을 요구해 논란이 커지자 본사가 직접 사과까지 했다.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아재존 등 다양한 노00존은 이제 유머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맘충, 틀딱, 급식충 등의 혐오표현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사회에 배제와 혐오가 희화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이는 결국 분노를 낳고, 불특정다수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차별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