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채웠나”···품질관리 지적받은 中小회계법인, 인원은 늘려왔다

      2023.09.30 10:30   수정 : 2023.09.30 10: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품질관리 문제점을 지적받은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이 관련 인력은 대폭 늘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 체계는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당국의 요구에 맞춰 인원만 충원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품질관리실 채용 및 발령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의미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등록회계법인 품질관리실 인력 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을 제외한 16개 중견·중소형 등록회계법인 품질관리실 합계 인원은 164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2019년(106명), 2020년(118명), 2021년(131명) 등으로 줄곧 증가해왔다.
3년 새 54.7%가 늘어난 셈이다. ‘빅4’와 비교하면 빠른 증원 속도다. 지난해 대형 4곳 합산 품질관리실 인원은 130명이다. 3년 전(125명) 대비 4.0% 늘어나는데 그쳤다.

문제는 이처럼 인원을 늘려온 중견·중소법인들이 금융당국 품질관리 감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감원은 2022년 17개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리 결과를 발표했는데, ‘가군’에 비해 ‘나~라군’에 대한 지적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군’ 평균 지적건수는 2.0건인 반면 ‘나~라군’ 수치는 10.7건, 11.0건, 11.7건으로 집계됐다. 모두 전체 평균(10.1건)을 웃돌았다. 증선위 관계자는 “품질관리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부족, 통합관리 체계의 실질적 운영 미흡 등 다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실제 인적자원, 업무의 수행 항목에서만 평균 각 1건 지적을 받은 ‘가군’과 달리 ‘나~라군’은 리더십 책임, 윤리적 요구사항, 업무의 수용과 유지, 모니터링 등 6개 사항 모두에서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이 같은 인력과 ‘품질관리의 품질’ 간의 괴리는 이들 회계법인이 당국 요구에 맞춰 숫자만 채우다 체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금융위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토대로 회계법인별 품질관리인력을 1~3명 이상 확충하라고 했다. 대형과 중소형 법인 간 품질관리 역량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자 확대 주문은 당연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당장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며 당국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했으나 후순위 군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인원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품질관리실 업무를 하는데 공인회계사 자격증 이외에 별도 조건은 없었다. 누구를 앉혀도 제약은 없는 만큼 체계 구축보단 ‘숫자 맞추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회계법인 품질관리실 소속 회계사는 “일반적으로 품질관리인력은 미국회사 감사 경험, 산업별 전문성 등이 필요한 만큼 최소가 5~6년차 회계사들”이라며 “최근 품질관리 내에서도 영역이 다양화되고 있어 관련 역량을 갖추지 않았다면 실질적 업무 수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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