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나는 도구가 아니에요"‥ 시각장애인·안내견은 '원팀이자 가족'

      2023.09.29 11:33   수정 : 2023.09.29 11: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네가 참 고생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과 함께 걷는 안내견에게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격려를 보낸다. 안내견이 자유롭게 산책 중에 냄새를 맡거나 뛰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희생'한다고 생각해서다.

29일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따르면 안내견의 삶은 희생이 아니다.

안내견들은 어린 강아지의 사회화를 담당하는 '퍼피워킹' 가정에서부터 파트너인 시각장애인, 또 안내견에서 은퇴한 뒤 자원봉사 가정에서 체계적인 관리와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 이들의 사랑과 칭찬, 보상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이에 안내견의 평균 수명이 13.9세로 같은 견종보다 약 1년 정도 오래 산다는 연구 기록도 있다.

안내견은 헌신이라는 사명감보다 자신의 가족인 시각장애인이 자신에게 맛있는 먹을 것과 안전한 잠자리, 그리고 무한한 애정을 주기 때문에 좋아하고 곁을 함께 걷는다. 안내견에게 '파트너가 앞이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교감하며 걸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즉,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함께 걷는 '일'을 하고 '보행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의 편견이라는 설명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후 30년 간 총 280마리를 분양했고,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 분양하고 있다. 세계에서 하나 뿐인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학교다.

안내견학교에서 은퇴한 안내견 '해담이'도 매일 자원봉사자와 북한산 자락길과 홍제천을 산책하면서 하루 종일 자연을 즐기며 배불리 먹고 편안히 잠들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단순히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안내견이 이끄는 대로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시각장애인이 내비게이션처럼 목적지를 정하면 안내견은 마치 자율주행차처럼 시각장애인이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장애물을 피해 시각장애인이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똑바로 갈 수 있게 돕는다. 이에 이들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걷는 '원팀'이자 가족이다.

시각장애인 김인성씨도 "안내견은 나의 가족이자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말한다. 단풍이와 걷고 있을 때 어느새 한 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여유도 부릴 정도다.


물론 안내견이 되는 과정이 쉽다는 얘기가 아니다.

안내견은 태어난 지 9주께 안내견을 훈련하는 자원봉사 가정 '퍼피워킹'에서 돌보면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안내견 종합평가에서 합격하면 14개월부터는 안내견 학교에서 본격적인 안내견 훈련과 정에 돌입한다. 안내견 학교에서는 최대 8개월 간 훈련을 받는다. 도로, 상가, 교통수단에서 기본훈련, 복종훈련, 위험대비 훈련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통과율은 약 35% 안팎에 그친다.

안내견이 파트너인 시각장애인을 만나는 것은 23개월, 만 두 살이 다 돼 갈 즈음이다. 이 때 시각장애인의 성격, 직업, 걸음보폭이나 속도, 생활환경과 안내견 특성을 고려해 안내견 학교에서 적합한 파트너를 연결한다. 이후 4주 간 파트너와 안내견은 동반 교육을 받는다. 안내견 학교에 합숙하며 2주 간 함께 교육을 진행한 뒤 시각장애인의 집이나 거주지에서 현지교육을 2주 간 더 받는다.

안내견 학교는 안내견 활동과 사후관리도 진행한다.
1년에 두 번씩 훈련사가 가정을 방문해 안내견의 보행을 점검하고 건강도 확인한다. 월 1회 정기 전화 상담도 운영하지만 수시로 필요할 때 학교에서 대응한다.
안내견의 은퇴는 만 7세 이후로 보통 만 8세 전후로 은퇴해 자원봉사 가정에 맡겨진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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