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를 위해 던지겠다" 이의리는 스스로 상처를 털어냈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2023.09.28 09:43
수정 : 2023.09.28 09: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9월 22일 대한민국 야구계가 들썩였다.
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구창모와는 사례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교체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의리는 결정에 납득하지 못했다.
이의리가 최근 매우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탈락의 빌미가 된 한화전 이전에도 이의리는 많이 부진했다. 하지만 ‘부진’이라는 잣대로 교체를 단행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 대표팀모든 선수들의 페이스나 올 시즌 기록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규정은 부진에 의해서는 선수를 교체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오직 부상에 의해서만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물집은 부상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그마저도 모두 나았다. 여기에 직접 그에게 양해를 구하는 어떤 과정도 없었고 그것이 서운했다고 이의리는 직접 밝혔다.
이의리는 "이번 논란이 홀가분할 것 같지 않다"라는 말로 솔직한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신인때부터 대표팀의 중심으로 활약했던 그이기에 소집 전날 물집으로 대표팀에 빠진 것이 큰 상처로 남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고작 3년차에 순한 성격의 이의리가 이렇게 강경하게 말할 정도라면 그가 얼마나 속상했을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 선수를 마지막에 교체한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보름 전(9일 LG 트윈스전)에 물집으로 강판당하는 걸 봤고, 일주일 후에 손가락 상태를 봤다. 보는 시각은 다르겠지만, 던지기 전의 물집 모습과 이후 모습을 보니 이 상태로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공식적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는 공식적으로 “이의리는 현재 공을 던지는데 전혀 이상이 없는 상태다”라고 반발했다. 이 말이 사실로 증명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의리는 2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다이노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많은 팬들이나 현장관계자들이 이의리의 멘탈을 걱정했다. 김종국 감독도 “본인이 많이 속상해하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올시즌 그냥 쉬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의리 본인이 쉬고 싶다고 한다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이의리는 오히려 독기를 품었다. 최고시속 150㎞ 강속구를 뿌리며 타자를 윽박지른 이의리는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고질적인 문제였던 볼넷은 단 1개만 허용했다. 이의리가 올 시즌 7회까지 던진 것은 5월 1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1실점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선발 11승으로 자신의 최다승 경신은 덤이었다. 이날 77개의 투구를 하며 80개의 투구 정도는 거뜬하다는 것도 증명했다.
그리고 이의리는 자신을 위로해준 나성범 등 선배들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신을 지탱해준 선배들과 팬들, KIA 타이거즈를 위해 던지겠다고 자신을 강하게 다잡았다.
태극마크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이 선수의 모든 가치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 좌완 영건 1순위는 누가뭐라고 해도 이의리다. 누가보다 강한 공을 던지고 있으며 2년연속 선발 10승을 기록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구력 난조 등 다소 정신적인 측면에서 유약하다는 이야기도 가끔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의리는 무섭게 성장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독기를 품었다. 정신적으로 한꺼풀 벗어던졌다. 시련을 이겨낸 '대투수의 후계자' 이의리의 야구인생 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