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정수정 "가수·배우 열려 있어…다 하는 게 무기죠"(종합)
2023.10.02 07:02
수정 : 2023.10.02 07:02기사원문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정수정(28·크리스탈)이 거장 김지운 감독의 영화로 돌아왔다. 2009년 아이돌 그룹 f(x)(에프엑스)로 데뷔한 그는 2010년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을 통해 연기에 본격적으로 입문했고, 다양한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그런 그는 2020년 '애비규환', 2021년 '새콤달콤'으로 영화에서도 눈도장을 찍고, '거미집'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 9월27일 개봉한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최근 '거미집' 인터뷰를 진행한 정수정은 극중 라이징 스타 한유림 역을 맡았다. 한유림은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젊은 여공 역을 맡은 주연 배우이자 차기작이 줄줄이 서 있는 대세 배우로, 어떻게든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촬영해야만 하는 김감독의 애를 태우다 가장 마지막으로 재촬영에 합류한다. 특히 정수정은 영화와 영화 속 영화, 양쪽에서 활약을 펼치며 극을 사로잡는다.
"1970년대 배경인 걸 알고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전부터 시나리오의 매력을 알아서 아예 확 빠져서 읽었다. 캐릭터들도 다채롭고 스토리도 여기저기 많고 영화 속 영화라는 요소도 있다. 이런 요소들이 마냥 읽을 땐 영화로 어떻게 연출이 될까 생각이 들더라. 그때만 해도 영화에서 흑백과 컬러로 나뉠 줄 몰랐다. 완성된 영화로 보니까 풍성하고 재밌게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정수정은 '거미집'을 통해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열연을 펼쳤다. 그는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박정수, 장영남 등이 다 계시는데, 이런 분들이랑 한 호흡으로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고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는 언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매일 느꼈다"며 "송강호 선배님은 워낙 애드리브의 달인이니까 생각지도 못한 거에서 '빵빵' 터지는 걸 던지더라, 그래서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근데 그 생각을 어떻게 하셨을까' 싶기도 하고, 늘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장영남 선배님이 혼자 이끌고 가는 신에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박수를 쳤는데 기억에 남는다"라며 "저런 에너지를 본받아야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극 중 갈등을 유발하는 캐릭터를 소화해 호평을 얻은 정수정은 "영화 자체가 신선하고 새로워서 연기하는 맛이 느껴졌다"라며 "사실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 게 스스로 만족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좋은 얘기를 해주면 힘을 얻고 연기를 또 할 때 자신감을 얻게 되는 건 당연한 것 같다"고 했다.
정수정은 드라마 '상속자들'과 '애비규환'에 이어 이번 '거미집'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당찬 여성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찬 역할을 선호하냐'는 물음에 "저는 (역할에) 늘 열려있다"라며 "마냥 당차지 않은 것도 해보고 싶긴 해도 당찬 이미지가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어떤 이미지에 대한 불만이나 그런 건 전혀 없고 오히려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라며 "'거미집'에서도 유림이 신여성인데, 저뿐만 아니라 민자(임수정 분), 미도(전여빈 분), 오여사(박정수 분), 백회장(장영남 분)도 모두 다 할 말하고 당돌하고 당찬 여성인데 지금 현대 여성상과도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그런 점에서 좋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거미집'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드러낸 정수정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거미집'을 통해 지난 5월 프랑스 칸을 처음 방문해 그 의미를 더했다.
그는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던 작품이고, 내가 대본을 봤을 때도 좋았는데 칸 영화제도 가고 보신 분들도 재밌다고 해주니까 내가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꿈같고 생각도 못한 칸 영화제까지 가게 된 거다, '거미집' 팀이랑 같이 가니까 '거미집'을 연속으로 찍는 느낌도 들고, 재밌었다"라며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운이 좋은 건데 계속 운이 좋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올해 데뷔 14주년을 맞이한 정수정은 가수 크리스탈에 이어, 배우 정수정으로서도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소회를 묻자, "시트콤으로 시작해서 13년 내내 연기를 한 건 아니어서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다"라며 "중간에 연기를 몇 년 안 한 적도 있어서 뭔가 늘 처음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언제쯤 내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그는 "올해 데뷔한 지 14년인데 별로 그렇게 연차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라며 "나이나 데뷔 연차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생각한다, '한 게 없지는 않고,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가수 활동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니어서 아쉬움이 너무 크다"라며 "그래도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요즘은 다 하는 게 무기인 것 같고, 다 할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기 때문에 저도 기회가 된다면 앨범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 열려 있고, 활동에 대한 벽을 치는 건 없다"며 "좋아하는 장르가 너무 많아서 내가 하면 뭘 해야 하나 고민도 했고, 난 그냥 (음악을) 들어야 하는 사람인가 생각도 했는데, 나를 잘 찾아줄 수 있는 프로듀서가 나타나면 앨범을 내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끝으로 '거미집'의 의미에 대해 "제목만 들어도 설렌다"라며 "첫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설렜고, 칸 영화제도 가고, 이렇게 버스에도 광고가 붙어 있는 걸 보면 몽글몽글한 기분이다, 진짜"라며 "내 커리어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라며 깊은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