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선발? 못하면 어때?... ‘건강한’ 류현진의 11경기만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2023.10.02 17:45   수정 : 2023.10.02 18: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최근 류현진이 PS에서의 활용이 불투명하다는 소식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사실이다.

류현진은 챔피인십에 진출하지 않는 한은 선발 투수로서 활용되기는 쉽지 않다.

배싯, 가우스먼, 베리오스, 기쿠치의 선발진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류현진은 구위가 떨어져서 불펜으로 쓰이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챔피언십에 나가지 않는다면 류현진의 2023년은 이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사실 이런 아쉬움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류현진의 올 시즌이 성공적이라는 증거다.
재활이 끝나자마자 전성기의 구위를 회복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는 지나친 장밋빛 예상이다.

지난해 6월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다시 수술대에 올라갔을 때만해도 과연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많았다. 아무리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 존) 수술이 흔하디흔한 투수의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30대 중반을 넘어선 선수에게는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다.



2005년 동산고 재학 시절 첫 번째 토미 존 수술,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 2016년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술을 받았던 류현진은 4번째 수술대에 올랐다. 말 그대로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던 당시 분위기에 엄청난 모험수였다. 그리고 올해 8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복귀했다. 복귀 자체가 대단하다.

2023년 모든 정규시즌 등판을 마친 류현진의 성적은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

뛰어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로서는 경쟁력을 증명한 성적이라고는 할 수 있다. 무엇보다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메이저리그 복귀 경기를 치른 그는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함을 증명하는데에 2달 11번의 등판은 충분한 기간이다.


통상적으로 토미 존 수술의 재활 기간은 12개월에서 18개월이다. 류현진은 적지 않은 나이에 받은 재수술에도 14개월 만에 마운드에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하자마자 두 달 동안 빅리그 마운드에서 정교한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으로 최소 5이닝은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11경기에서 52이닝을 소화, 평균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기는 하다. 수술 직전보다 구속이 많이 줄어 장타 허용이 늘은 것이다. 마지막 7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맞은 것도 그 때문이고, 이번 시즌 커브의 비중을 크게 높힌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토미존을 마친 다음해에 구속은 더 빨라진다. 이 11번의 등판은 류현진 입장에서의 최후의 재활등판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3가지의 플러스 구종(커브, 커터, 체인지업)을 보유한 류현진이 구속만 좀 더 빨라지면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MLB에서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냉정한 비지니스의 세계에서 토론토가 류현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설령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없더라도 현지 언론에서는 '최소 5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베테랑 투수'로 류현진을 주목한다.
며칠 전 뉴욕포스트에서는 “내년시즌에 무조건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며 "양키스가 류현진을 영입해야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1∼2년짜리 단기 계약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PS선발을 하면 영광이지만, 못하면 또 어떠한가.

야구인생을 건 수술에서 무난한 복귀. 그리고 11경기의 무난한 선발 등판. 그것만 해도 류현진의 2023년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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