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엉망.." 中청년들, '복권'이 생명 구하는 지푸라기

      2023.10.04 05:00   수정 : 2023.10.04 05:00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청년층의 복권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3일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중국 재정부 통계를 인용, 올해 1∼8월 중국의 복지·체육 복권 판매액은 3757억위안(약 70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6% 늘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중국 복권 판매량은 1월 332억위안에서 5월 500억위안을 거쳐 8월 529억위안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8월 한 달만 따지면 지난해보다 53.6% 판매량이 많다.


매체는 경제난과 20%를 넘긴 취업난 속에서 젊은이들의 복권 구매가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연령별 복권 구매자 통계는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중국 매체들은 복권 판매점 업주들이 입을 모아 “청년의 얼굴을 볼 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선 한화 300억원대 복권에 당첨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해시태그가 4억회 가까이 조회됐고, 그 돈을 어떻게 쓸지 의견을 낸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샤오홍수나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다른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복권을 ‘생명을 구하는 지푸라기’로 보는 청년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연합조보는 설명했다.

대학을 갓 졸업했다는 한 네티즌은 “환경이 이렇게나 엉망이니 당연히 복권을 사고 싶다”며 “당첨돼 하룻밤 새 벼락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복권 판매점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금껏 중국 복권 가게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누렇고 어두침침한 조명에 중년·노년층이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판매점 안팎의 분위기를 바꾸고 이목을 끌 재미있는 문구를 내거는 등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추는 업주들이 늘었다.
점포를 내는 장소도 쇼핑몰이나 지하철역 등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바뀌는 중이다.

SNS에선 생일이나 연인 사이의 기념일, 어린이날 등에 복권을 주고받고 ‘인증’하는 것이 유행이다.


반면 중국 재정부는 “중요 경기 등 행사가 늘고 신규 즉석 복권이 출시돼 복권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빠르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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