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땅 살 사람 없나요"...운정·동탄·영종 '무덤되나?'
2023.10.04 14:58
수정 : 2023.10.04 14: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입찰경쟁이 치열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동주택용지가 건설사 및 시행사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LH공동주택용지 연체금이 지난 8월말 기준 1조원을 돌파해 10년만에 처음으로 조 단위로 치솟았다. 특히, 파주 운정3·화성 동탄2의 미납된 분양대금과 이자는 4746억원으로 전체 미납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4일 LH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공동주택용지 연체금액(미납 원금+연체이자)은 1조769억원(44개 필지)으로 집계됐다. 연체금액은 올해들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조원 돌파는 지난 2013년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분양대금 연체로 한계에 몰리는 시행사 및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의 경우 6개 필지에서 3642억원의 분양대금(이자포함)이 연체된 상태다. 필지수·연체금액으로 최다 규모다. 시행사인 I사가 4필지, M사와 다른 시행사 I사가 각각 1필지를 보유하고 있다.
화성 동탄2지구에서도 4개 필지에서 1104억원의 분양대금 및 이자가 미납됐다. 이 중 B 종합건설이 2개 필지에서 납부하지 못한 연체금액이 630억원에 이른다.
인천 영종지구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8월말 현재 5개 필지에서 752억원 가량의 연체금액이 발생한 상태다. 올 연초만 해도 연체 필지가 3곳이었으나 현재 2곳이 더 늘어났다.
대금을 감당 못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시행사인 A사는 지난 2022년 남양주시 택지개발지구의 공동주택용지 2필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중도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아 이자를 포함한 연체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결국 A사는 최근 계약을 해지했다.
조건을 완화해 재매각에 나서도 유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LH는 지난달 인천 영종지구 공동주택용지 A53블록에 대해 신청 예약금을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3년 유이자 분할납부를 5년 무이자 분할납부로 변경했지만 1·2순위에서 유찰됐다.
시행 및 건설업계는 정부의 공동주택용지 한시적 전매 허용이 다소 숨통은 트여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당초 업계는 전매 허용 외에 중도금·납입 조건 개선도 건의했으나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매는 한시적으로 1년간만 가능하다. 계약 후 2년부터 1회에 한해 최초 가격 이하여야 한다. 단 벌떼입찰 차단을 위해 계열사 간 전매는 금지하고, 이면계약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조사요청 및 엄중처벌한다는 계획이다.
시행사 한 관계자는 "전매 허용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핵심은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와야 하는 데, 누가 지금 상황에서 사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도 얼어 붙은 상황에서 지방 공동주택용지의 경우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라며 "수요 진작 없는 전매 허용은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