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
2023.10.04 18:59
수정 : 2023.10.04 18:59기사원문
미중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서방의 중국에 대한 '피크 차이나(Peak China)' 얘기가 넘쳐난다.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통해 미국의 우위를 보여주려고 중국을 "시한폭탄"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곧 터질 위험한 나라에 국무장관부터 재무, 상무장관까지 줄줄이 보내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방의 학자들도 중국의 2023년 4~5%대 성장은 역대 최저 성장이라며 앞다투어 "중국 경제 끝났다" "중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기다린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경제규모를 감안 않고 색안경 쓰고 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고 중국을 영어로 해석하는 오해다.
지금 중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의 73%이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 되는 나라 중에서 2% 이상 성장하는 나라가 없다. 2023년 시진핑 시대 GDP는 13%대 두자릿수 성장했던 장쩌민 시대 GDP의 31배다. 지금 중국의 GDP 1%는 장쩌민 시대 31%와 맞먹는 규모다. 중국의 4~5% 성장은 2년이면 한국만 한 나라 하나가 만들어지는 성장세이다. 4~5%가 끝났으면 미국, 한국, 일본 등 1~2% 성장하는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휴대폰, 자동차,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럭셔리 제품의 최대 시장이 지금 중국이다. 전 세계 포천 500대 기업이 모두 진출해 있는 중국에 대해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 탈중국해야 한다는 얘기는 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과소평가는 안일함을 낳고, 과대평가는 공포를 낳는다. 하지만 안일함이든 공포든 간에 중국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면 실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 30여년간 한국의 '중간재 수출의 달러박스'였지만 공급망 전쟁 시대에는 '자원조달과 소비재 판매시장'으로 봐야 한다. 인건비 따먹기 하던 제품의 '탈중국'과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어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의 중국 비중을 줄이는 '감(減)중국', 소비의 거대한 신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빨리 뛰어들어야 하는 '진(進)중국'을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를 돌아보더라도 1인당 소득 1만달러대 이상 시대에는 가성비(價性比)가 아니라 가심비(價心比)가 중요했다. 이젠 중국에서 가성비는 중국산이 더 좋기 때문에 무조건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고, 어중간한 가격대의 한국산 가성비 제품은 중국 소비자의 구매리스트에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벤츠의 36%를 사고 전 세계 명품의 35%를 사는 나라가 지금 중국이고, 전 세계 최대 휴대폰 구매자가 있는 곳이 중국이다. 독일 자동차, 프랑스제 화장품, 이탈리아제 럭셔리 제품, 중국에서 만들었지만 브랜드는 미국인 애플의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불황이 없다.
중국 소비시장은 이젠 품질은 기본이고 스토리와 브랜드를 넣어야 팔리는 시장인데 한국은 이미 중국이 한참 전에 잊어버린 한류 제품, 한한령 타령이나 하고 있지 중국이 혹할 브랜드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제품이 없다. 한국의 대중국 소비시장 '진중국'이 시급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1만3000달러대 소득에 맞는 제품을 준비하고 팔아야 승산이 있다.
■약력 △62세 △경북대 경제학과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칭화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푸단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국상하이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한화증권 전무이사 △경희대 Asia MBA 객원교수(현)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