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드림아카데미 "색다르다"...동서양 소녀들의 K팝 칼군무 '다양성의 공존'
2023.10.05 06:00
수정 : 2023.10.05 09: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에밀리” “브루클린” “마키”....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 객석에서 금방이라도 손이 닿을 듯 아담한 무대로 소녀들이 등장하자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뽑힌 100명의 다국적 팬들은 자신들이 성원하는 참가자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LA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서 우연히 연습생 시절 마농을 보고 ‘더 데뷔:드림아카데미’를 알게 됐다는 한 30대 한국인 여성은 행사 후 만나 “마농과 브루클린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동서양 소녀들의 K팝 칼군무, 다양성의 공존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하이브와 세계적인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게펜 레코드가 뭉친 ‘하이브×게펜레코드’의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젝트 ‘더 데뷔:드림아카데미’가 지난 9월 2일부터 약 2개월간 이어온 오디션 여정에 잠깐 쉼표를 찍었다. 오는 11월 최종 데뷔조 발표를 앞두고 첫 번째 팬미팅인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을 열었다.
이번 오디션엔 전 세계에서 12만 명이 지원했다. 6000대의 1의 경쟁률을 뚫은 ‘더 데뷔:드림아카데미’의 참가자는 12개 지역 출신 스무 명의 소녀로 평균 연령은 18세다(10월 4일 기준). 4일 기준 18명이 살아남았는데, 앞서 미국에서 진행한 첫 번째 미션에서 슬로바키아 출신 아델라, 일본 출신 미나리가 탈락했다. 한국에서 두번째 미션을 치뤘고 그 결과는 오는 9일 0시에 발표된다. 이때 4명이 추가로 탈락한다.
서로 다른 인종, 문화적 배경을 지닌 참가자들은 지난 1년간 하이브 아메리카와 게펜 레코드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오는 11월 18일까지 '더 데뷔:드림아카데미'가 진행되며, 세 가지 미션과 최종 피날레 쇼를 거쳐 최종 데뷔조가 확정된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멤버들이 속한 국가와 문화권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의 이나영(21)을 비롯해 미국의 브루클린(17), 다니엘라(19), 에밀리(17), 칼리(19), 라라(17), 메간(17)과 아르헨티나의 셀레스테(19), 호주의 에즈렐라(20), 벨라루스의 일리야(21), 스웨덴의 렉시(19), 스위스의 마농(21), 태국의 마키(17), 일본의 메이(18), 브라질의 사마라(18), 필리핀의 소피아(20)가 4-5명씩 팀을 이뤄 퍼포먼스를 펼쳤다. 가장 나이가 어린 한국 출신 정윤채(15)와 일본의 우아(15)는 캘리포니아 노동 규정에 따라 퍼포먼스만 펼치고 이후 팬미팅엔 참석하지 못했다.
피부와 머리색이 다른 소녀들이 같은 춤동작을 펼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 자체가 색다른 경험을 안겼고, 이들의 퍼포먼스는 음악을 즐기는 행위를 넘어 ‘문화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체화하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앞서 하이브는 “멤버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만큼, 그들과 연결된 문화권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인도 출신 호주 국적의 에즈렐라가 데뷔를 하면 자신의 문화적 특성을 어떻게 반영할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과 답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어릴 적 발리우드 영화 등을 보며 문화적 영감을 받았다"며 "데뷔를 하면, K팝에 인도 음악 특유의 사운드를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K팝과 방탄소년단의 영향력도 확인됐다. 메간(미국)은 가장 먼저 배운 케이팝 안무로 “BTS의 달려라 방탄"을 꼽으며 "지금도 최애곡”이라고 답했다. 메이(일본)는 "처음부터 K팝 스타일을 엄청 좋아했다. 어릴 적 (K팝 무대를) 열심히 보면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걸 즐겼다"고 전했다. 프로듀싱 경험이 있는 렉시(스웨덴)는 "평소 있지,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에게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경쟁과 소녀들의 연대...K팝의 확장
앞서 지난 8월 '드림 아카데미' 제작발표회에서 움베르토 리온 Hx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번 오디션의 특이점으로 '소녀들의 연대'를 꼽았다.
케이팝 음악산업은 연습생들의 피 튀기는 경쟁이 기본이나, 최종 결성된 팀원들이 같은 꿈을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연대의 의미가 공존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경쟁인 셈이다.
엠넷 '보이스 코리아 2020'에서 가창력을 인정받고 솔로 활동을 펼친 바 있는 이나영(한국)은 "퍼포먼스를 할 때, 혼자가 아니구나, 생각이 들면서 의지가 된다”며 “함께 한 모든 게 추억과 경험이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K팝 산업의 주요 축인 팬들의 성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참가자들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모두 데뷔해서 글로벌 걸그룹이 되길 바란다’ 등 팬들의 메시지를 읽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번 오디션은 소설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쌍방향 소통 오디션’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위버스에 개설된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 커뮤니티에는 5일만에 5만명의 팬이 몰렸다. 90여 개의 커뮤니티 가운데 '공식 데뷔 전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신기록을 세웠으며, 현재 34만명이 넘는 가입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시대적 흐름과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음악과 퍼포먼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해외 젊은 층의 정서가 드림아카데미와 일치하는 측면이 많다”고 봤다.
하이브는 이번 ‘더 데뷔:드림아카데미’의 의미로 K팝 제작 시스템의 세계화를 꼽았다. 하이브만의 성공방정식을 세계 최대 팝 시장인 미국에 본격적으로 접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아티스트와 음악의 수출이 아닌 시스템의 이식을 통한 K팝의 확장이 궁극적 목표다.
더불어 이번 ‘데 데뷔:드림아카데미’가 제작과 매니지먼트 등 파편화돼 있는 미국 팝 시장의 지형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