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엔 화석연료 점진적 퇴출에 반대...개도국들도 반발
2023.10.05 03:01
수정 : 2023.10.05 03:01기사원문
러시아가 유엔의 28차 기후변화회의(COP28)를 앞두고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추진하고 있는 화석연료 점진적 퇴출 방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로 핵심 수출품인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들 서방국가 주도의 화석연료 퇴출 방안에 반기를 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도 선진국들의 화석연료 감축 방안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러, 서방 주도 감축방안 반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4일(이하 현지시간)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방 주도 감축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리는 어느 정도 차별적이거나 또는 특정 에너지원 또는 화석연료 종류를 점진적으로 퇴출하는 그 어떤 계획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COP28은 다음달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1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화석연료 점진적 퇴출이 자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서방이 주도하는 기후변화회의에 딴죽을 걸겠다는 심산인 것으로도 보인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러시아는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다.
FT는 유엔이 이날 공개한 '청사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COP28에 참여하는 180여개국 가운데 현재 80여개국이 지난해 이집트 COP27에서 제안된 화석연료 점진적 퇴출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배출의 약 75%를 차지한다.
2015년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 각국이 프랑스 파리에서 모여 합의한 파리협약에 따르면 전세계 각국은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 비해 2℃ 미만, 이상적으로는 1.5℃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패널 과학자들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2030년에는 2019년 수준에 비해 43% 감소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개도국들, 불만 고조
유엔 청사진 보고서에서는 개도국들의 불만 역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화를 끝낸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년 전에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지만 개도국들은 이제 산업화 길을 걷고 있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면 선진국들의 경제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후위기를 만든 주범인 선진국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든다는 선진국들의 목표가 개도국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이 기준을 적용하려면 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 기후회의 책임자인 사이먼 스틸은 각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면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는 행동에 따른 고통 분담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틸은 아울러 이번 보고서에서는 전세계가 "파리협약 목표 달성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경고했다.
선진국들도 후퇴
보고서는 이번 COP28에서 각국이 약속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탄소순제로' 목표에서 유턴하는 등 일부 국가가 이미 목표를 물리기 시작했다.
유엔 보고서는 아울러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3배 확대, 에너지효율성 향상, 운송관련 배출가스 감축, 개도국들에 대한 재정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은 지난달 지금의 관행을 멈춰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2100년에는 지구기온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6℃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