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장 해임으로 셧다운 임박, 신용등급 내려갈까?
2023.10.05 16:10
수정 : 2023.10.05 16: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달 미국에서 234년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이 투표로 해임된 가운데 조만간 미 정부가 예산 문제로 일시 정지(셧다운)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치적 양극화가 너무 심각해 예산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며 셧다운에 따른 증시 폭락 및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걱정했다.
셧다운으로 신용등급 강등?
미 경제매체 야후파이낸스는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전날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해 셧다운 위기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미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24년도 회계연도 예산안을 놓고 극단 대립중인 미 여야는 2023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예산안으로 다투다 결국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결탁해 임시 예산안 통과를 허용했다며 2일 하원에 매카시 해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해임 결의안은 3일 가결되었으며 미 하원의장 업무는 현재 공화당의 패트릭 맥헨리 금융위원장(노스캐롤라이나주)이 임시 대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 하원의 지도력 공백과 임시 예산안이 11월 17일 만료된다는 점을 언급한 뒤 "우리는 11월 17일 이후, 올해 4·4분기 셧다운을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차기 공화당 하원의장이 매카시보다 더욱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며 매카시처럼 또 다른 임시 예산안으로 갈등을 모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연구팀은 셧다운이 2~3주 이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달 캐나다 투자은행 RBC캐피탈마켓의 로리 칼바시나 전략가는 과거 기록에서 10일 이상 지속된 셧다운 사례 7건을 조사한 결과 셧다운으로 인한 증시 하락률 중간값이 10.2%였다고 밝혔다.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Y)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유가 상승, 미 자동차 노조 파업, 미 학자금 대출 문제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며 셧다운까지 겹치면 "4중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고금리와 물가상승과 맞물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CNN은 3일 보도에서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매카시 해임 이후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3대 신평사 가운데 S&P와 피치는 각각 지난 2011년과 올해 8월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1단계씩 낮췄다. 무디스는 아직 미국의 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로 보고 있지만 지난달 발표에서 셧다운 발생 시 신용등급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피치의 리처드 프랜시스 선임 이사는 4일 팟캐스트에서 이미 8월 강등 결정 당시 해당 위험을 반영했다며 올해 셧다운이 발생해도 미국의 신용등급과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공화 내분 격화, 다음주 새 의장 표결
공화당 내부에서는 매카시가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하원의장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원은 매카시의 퇴진 이후 휴회에 들어갔고 오는 11일 새 하원의장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화당의 후보들은 표결 하루 전인 10일에 정견 발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BS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공화당 2인자로 꼽히는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루이지애나주)는 4일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하원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원내대표와 원내총무로서 내가 보여준 리더십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당내에서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부분에서 합의를 끌어내 다양한 관점을 하나로 모은 증명된 이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컬리스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원내총무를 지냈고, 올해 지도부에서는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공화당 지도부 경력이 길어 지지기반이 탄탄하지만 혈액암 투병 등 건강 문제로 논란이 있다.
같은날 공화당의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오하이오주)도 하원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스컬리스보다 먼저 동료들에게 서한을 보내 안보와 국경 강화, 지출 삭감을 언급하며 "미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화당이 함께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조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며 매카시보다 강경파로 알려졌다. 매카시를 쫒아낸 게이츠는 NBC 방송에서 "스컬리스나 조던 아래에서 하원은 매카시 때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공화당 3인자인 톰 에머 하원 원내총무(미네소타주)도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그는 일부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여론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내 우파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 의장인 케빈 헌 하원의원(오클라호마주)의 대변인은 CBS에 "그가 심각하게 하원의장 출마를 고민중이며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공화당에서는 단독으로 하원의장을 쫒아낸 게이츠를 비롯해 해임에 일조한 강경파 의원 8명을 퇴출해야 한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의 카를로스 히메네스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해임 결의안 제출 최소 인원이 1명에 불과한 현재 상황을 비판하고 "해임 결의안을 개혁하겠다는 약속이 있기 전까지는 누구도 의장 후보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하원 일에 말을 아껴왔던 공화당읜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도 "다음 의장이 누가되든 의장 해임 결의안을 없애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은 하원의장이 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