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몰랐지만"..김수현 말에 웃음터진 북한 역도 선수들

      2023.10.06 09:11   수정 : 2023.10.06 13: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4년 만에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선수들은 좀처럼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접촉을 철저히 피해온 북한은 주력 종목인 역도에선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으며, 생일을 맞은 중국 선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경기에서 북한은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다.

인상에서 117㎏, 용상에서 150㎏을 성공해 총 267㎏을 기록한 북한의 송국향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인상 117㎏, 용상 149㎏를 든 북한의 정춘희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합계 243㎏을 들어올린 한국의 김수현이 가져갔다.


금메달리스트 송국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목표는 이 기록(267㎏)이 아닌 세계 기록(북한 림정심의 278㎏)이었는데 달성하지 못해 정말 아쉽게 됐다"고 운을 뗐다.

송국향은 "오늘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이 자리(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경기에 나섰던 중국의 랴오구이팡은 인상 2차시기까지 마친 뒤 갑작스럽게 기권을 선언했다. 인상 2차시기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한 기권으로 보였다.


정춘희도 랴오구이팡을 걱정했다. 그는 "중국 선수가 오늘 생일인데 축하 인사를 전해주고 싶다"며 "생일인데 경기를 잘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빨리 나아서, 실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 말을 들은 김수현은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며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김수현의 발언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송국향과 정춘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김수현은 "내가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76㎏급에서 우승한 북한은 현재까지 진행된 역도 여자 종목에서 메달을 휩쓸었다.

송국향은 북한 역도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이날까지 열린 여자부 5체급 금메달을 휩쓴 비결에 대해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훌륭한 제자의 뒤에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오늘 우리의 성과 뒤에는 감독 동지들의 수고가 있다. 이런 훌륭한 감독 지도자를 널리 자랑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세계에 앞장서서 이기고, 이겨도 통쾌하게 이기는 것이 우리 조선 선수들의 한결같은 결심이고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역도는 2019년 파타야 세계선수권 이후 4년 만에 국제 무대에 나섰다.
하지만 4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북한 여자 역도는 이날까지 금메달 5개를 따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북한 역도 관계자는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4년 동안 많은 땀을 흘렸다"면서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세계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조선 민족의 실력을 보여드렸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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