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눈치보던 사우디, 내년부터 석유 증산할 수도

      2023.10.07 13:02   수정 : 2023.10.07 13: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그동안 가격 방어를 위해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석유 생산을 줄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미국에 상호방위조약 등을 받아내기 위한 외교적 조치로 추정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이하 현지시간) 양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미국에 내년 초 석유 증산 의향을 알렸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증산을 언급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치가 바뀔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유가를 낮추기 위한 장기적인 합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들이 모인 OPEC+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줄자 2020년 초부터 대대적인 감산에 나섰다. OPEC+는 지난해 8월까지 생산 규모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올렸으나 같은해 10월부터 유가 방어를 이유로 다시 감산을 확대했다. 이어 올해 4월에 감산 규모를 더 늘렸다.
사우디는 지난 7월에 OPEC+와 상의 없이 자발적으로 감산 규모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발표에서 올해 말까지 감산 체제를 유지한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살인적인 물가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그동안 사우디를 상대로 꾸준히 증산을 요구했으나 사우디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WSJ는 사우디가 1년 전 바이든의 증산 요구를 거부해 바이든 정부에 심각한 부담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사우디가 갑자기 증산 논의를 꺼낸 것은 외교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추정된다. 앞서 미국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동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를 추진했다.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맹주로 자리잡은 사우디는 건국부터 수십 년 동안 이슬람 이웃들과 싸웠던 이스라엘을 지금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의 대가로 미국에 상호방위협정 체결과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요구했다.

다만 미국이 사우디의 계산대로 움직일지는 알 수 없다.
특히 미 의회에서는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사우디 왕실이 배후라고 보고 있으며 인권 침해 등 각종 문제로 인해 사우디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관계자들은 OPEC이 오는 9일 발표할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석유 수요 전망치를 중장기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요가 계속 늘어 유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증산 규모가 크지 않으리라고 예측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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