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민, 박영현, 윤동희, 김주원, 문보경 … 한국 야구 세대교체, 희망의 빛을 쏘아올렸다

      2023.10.08 10:41   수정 : 2023.10.08 10: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국가대표팀에는 늘 '국제용 선수'가 있었다.

과거에 최동원이나 선동열같은 불세출의 스타 이후에도 '리틀 쿠바' 박재홍, '적토마' 이병규, ‘약속의 8회’ 이승엽, '일본 킬러' 구대성·김광현 등은 항상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정상으로 이끌던 국제용 선수 그 자체였다.

이들은 합법적인 병역브로커라는 별칭으로 팬들에게 각인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 국제용 선수가 모조리 사라졌다. 류현진이 MLB에 진출하며 국제 무대에 나설 수 없이 환경이 되었고, 김광현이 전성기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면서 부터라는 것이 정확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우승 금메달을 목에걸기도 했던 한국 야구는 한국 야구는 2020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철저하게 세계 변방으로 밀려났다.

올해 3월 WBC에서 더는 세대교체를 미뤘다가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 그 자체였다.



30대 중반을 넘은 투타 베테랑에게 의존하는 야구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계 야구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지난 WBC 3회 연속 예선탈락으로 확인했다. 여기에 김현수, 김광현 등 한국야구를 이끌었던 스타들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향한 하나의 시험대였다.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 차 이하 선수로 대표 선발 자격을 제한하고 전체 엔트리 24명 중 나이를 불문한 와일드카드를 3명만 뽑았다. 항저우에 온 대표 선수 중 성인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출전 경험자는 투수 5명과 타자 4명을 합쳐 9명 뿐이다.

그랬던 대표팀이기에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 다수의 선수를 얻었다. 어찌 보면 금메달보다 그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일단, 마운드에서 선발 에이스 문동주을 제외하고서라도 중간 에이스 박영현과 최지민을 얻은 것이 크다. 국제 무대에 나가면 좌우 필승 셋업맨 한 명씩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최지민과 박영현이 그 가능성을 보였다.

최지민과 박영현은 이번 대회 홍콩전, 대만전, 일본전, 대만전에 모두 출전했다. 무려 4경기에 나와서 두명 모두 방어율이 0이다.

특히, 박영현은 대만 타자들이 3타자 연속 삼구 삼진에 헛스윙을 무려 7번을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구위를 선보였다. 최지민은 공도 빠른데다, 디셉션도 좋고 무엇보다 팔이 옆에서 빠져나오는 좌완 투수이다보니 더욱 이닝 중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국내 무대에서는 기복이 다소 있다는 평가였지만, 이번 항저우에서는 전혀 기복없는 피칭으로 1이닝씩을 무난하게 삭제했다.

이 둘은 현재 리그에서도 매우 젊고 희소한 동갑내기 좌우 불펜이다. 향후 23세를 넘어 국가대표에서도 무조건 중용될 수밖에 없는 자원들이다.




류중일 호에 가장 마지막으로 승선해 23타수 10안타(타율 0.435)의 불방망이를 휘두른 윤동희(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다. 한국 대표팀은 좌타에 비해서 우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서 3번타자 윤동희의 존재는 이번 대회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좌완 린위민에게 무려 3안타를 때려낸 유일한 선수가 바로 윤동희다. 좌타 일색의 한국 타선에서 윤동희를 3번으로 올린 선택은 제대로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우타 외야수가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여기에 유격수 김주원은 홈런 2방에 결승전 결승 타점으로 이름 석 자를 더욱 빛냈다. 특히, 2회 좌익수쪽 희생플라이는 대한민국의 결승점이 되었다. 어제 경기에서 결승 투런홈런 또한 대한민국의 결승점이었다.

김주원은 해외에서도 희귀한 스위치히터인데다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는 평가여서 앞으로 더욱 주전 유격수로 가치를 빛낼 전망이다.




문보경 또한 충분히 제 몫을 해 냈다. 일본전에서는 1회 좋은 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1사 3루에서 파울플라이를 잡아주지 못했다면 경기의 흐름이 넘어갈 뻔 했다. 그것뿐만 아니다. 대만전에서도 타자들의 강습 타구를 잘 걷어냈다. 그밖에 2득점의 시발점이 되는 2루타를 문보경이 때려냈다.

최근 국제 야구에서는 좌타자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3루수 출신의 문보경이 보여주는 1루에서의 강습타구 수비 능력과 타격 능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대회에서 대만은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 17명을 선발해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멤버로 2006년 도하 대회 이래 17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했다.

린위민이나 류츠정은 메이저리그에서도 30위안에 드는 탑클래스 유망주다. 쩡준저나 리하오위도 MLB 마이너 유망주 들이다. 하지만 그런 팀을 상대로 결승에서 이겨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제 갓 20세가 넘은 엄청나게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이번 병역혜택으로 향후 10년 이상은 꾸준하게 국가대표로 뛸 수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음 AG나 WBC에서는 절정의 기량으로 활약할 수 있는 나이들이다.


어두컴컴하던 한국야구의 암흑기 속에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희망의 빛을 새로운 세대가 항저우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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