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지금 위해” 안세영은 절뚝이는 무릎으로 금메달을 따고 펑펑 울었다

      2023.10.08 06:00   수정 : 2023.10.08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안세영은 경기가 끝나자 코트 위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리고 경기 후 펑펑 눈물을 쏟았다.

항상 열정적인 그녀이고, 우승이 당연시 되었던 안세영이기에 그녀가 그렇게 많은 눈물을 쏟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투혼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안세영은 우승후보 0순위였다.
하지만 이처럼 극적인 경기 내용은 아무도 내다보지 못했다.



안세영이 10월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3위 천위페이(중국)를 2-1(21-18 17-21 21-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셔틀콕을 퍼 올리려던 안세영은 강한 무릎 통증을 느꼈고 잠시 의료 처치를 받았다. 어렵사리 리드를 지킨 채 1세트를 끝냈지만 2세트는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분전 끝에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운명의 3세트에서 안세영은 무릎 통증을 잊은 듯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쳐나갔고, 결국 천위페이도 안세영의 투혼에 놀라 스스로 무너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번번이 자신을 막아섰던 천위페이에게 시원하게 설욕하는 동시에 한국 선수로서 29년 만의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을 제패하는 순간이었다. 안세영은 경기가 끝나자 펑펑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을 마친 안세영은 다리를 절뚝이며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섰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는 듯한 안세영은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애써 밝게 말했다.



부상 당시에 대해선 “무릎에서 '딱' 소리가 나서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통증 때문에 힘들었다”면서 “다행히 걸을 정도는 됐다. 다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꿋꿋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게임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겠다”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신만 바짝 차리자는 생각으로만 뛰었다”고 했다.

천위페이를 상대로 5년 만에 설욕한 것을 두고는 “(지난 5년간) 많이 배웠기 때문에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안세영의 목표는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 우승)이다. 역대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동문(혼합복식), 박주봉(남자복식) 정도만이 이룩한 대위업이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을 약 9개월 앞둔 시점에서 한껏 물오른 안세영에겐 거칠 것이 없다.

올해 들어 안세영의 승률은 92.6%(63승 5패)로 야마구치, 천위페이, 타이쯔잉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에게는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특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번번이 자신을 이겼던 천위페이에게 통쾌한 복수에 성공했다. 거기에 부상으로 절뚝이는 자기 자신 마저 이겨냈다.
이제 안세영에게 남은 것은 방심이라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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