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10조 급증한 R&D 예산… 기재부 "구조조정 불가피"

      2023.10.08 17:54   수정 : 2023.10.08 17:54기사원문
내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안이 국회 예결위 예산 심사를 앞두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R&D 단독 분야에서만 3조4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혔지만 상세 내역은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예산 통과의 키를 쥔 국회에서는 R&D 예산의 '원상복구'까지 논의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감액분만 따지면 5조원 넘는 예산이 R&D에서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일 정치권과 과학기술계에서는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정부의 R&D 예산안을 기존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야당과 학계의 R&D 예산 삭감 반발이 잇따르면서 여당 일부에서도 기초·청년 등에 대한 예산은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에서도 5일 국회에서 'R&D 예산 삭감,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긴급 간담회를 열고 예산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간담회에는 문성모 출연연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리했다.

강훈식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R&D 사업 1620개 중 67%에 해당하는 1076개가 감액됐고 감액된 금액은 6조5000억원에 이른다"며 "(과도하게 감액된) 부분들을 살려내는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제출된 감액안을 원상복구하려는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려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정부 R&D 예산은 지난 5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10조원이 늘어나는 데 5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전 정부 막바지인 2021년 13%가량이 급격하게 늘며 지난해에는 3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6%가량을 감액했지만 그간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를 기조로 저성과 사업과 관행적인 나눠먹기식 사업을 구조조정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상세 내역을 공개적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가시적인 성과 지표가 적을 수밖에 없는 기초연구와 신진연구자 양성 부문의 예산 삭감이 두드러지며 일괄적인 '저성과 과제'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만 추측되는 상태다. 예산 심의를 앞둔 상태에서도 아직 정부는 세부 내역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지출 구조조정) 리스트를 줄 수 없다"며 "국회에서도 앞으로 (상세 내역을) 요구해도 지금과 같은 스탠스(입장)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병국 카이스트 대학원 부총학생회장은 "연구과제를 수주해야만 연구원의 인건비를 줄 수 있는 연구실 특성상 예산 감축은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과제가 줄면 자연스럽게 기업 수요 위주의 연구로 현직과 예비연구원들도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R&D 예산은 곧 한 명의 연구원을 더 채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직결된다"며 "반대로 말하면 예산이 줄면 삭감 연구 관련 학생들은 직업과 미래에 대한 희망 모두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도 R&D 예산의 과도한 삭감이 장기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R&D 예산 같은 경우는 유지해 나가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며 "신산업 개발이나 장기적인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물가상승률도 아직 높은 수준이고 내년 경제성장률도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 성장동력 개발이 지연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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