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중국 제재 '삐걱', 28나노 규제 구멍..기업은 비협조

      2023.10.09 12:47   수정 : 2023.10.09 12:47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28나노(㎚, 10억분의 1m)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제재가 ‘전략적 구멍’이 되고 있다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적이 나왔다. 또 미국 대형 반도체 제조사는 당국 조치에 비협조적이라는 보도도 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가 ‘삐걱’거리는 형국이다.



9일(현지시간) CRS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구진은 ‘글로벌 맥락에서 본 반도체 및 반도체법(CHIPS Act)’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28나노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제정된 반도체법은 보조금 수혜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28나노 미만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문턱을 설정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에서는 28나노 이상의 반도체 패키징 작업과 관련한 ‘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FD-SOI)’가 규제 대상인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반도체’ 목록에서 제외됐다.

중국 정부가 28나노 반도체 기술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미중 간 접근법상의 차이로 인해 미국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전략적 구멍을 중국에 남겨준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28나노 반도체는 5세대(5G) 기술, 전기차 전력장치, 휴대전화, 사물인터넷(IoT) 등 상업용뿐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는 특징이 있다. 28나노는 범용(레거시) 반도체로 통하지만, 차세대 반도체라도 기존 기술 가운데 80%가량을 쓸 정도로 겹치는 부분이 많은 만큼 28나노를 통해 첨단 반도체 기능을 구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중국이 세계적으로 28나노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고 이를 이용해 기술 밸류체인을 더 선진적으로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지원 덕분에 중국이 이 부문에서 상당히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중국의 시장 규모, 전자제품 소비재 생산기지로서의 지위, 반도체 관련 기술 발달 등도 중국의 이점으로 꼽았다. 관찰자망 등 중국 매체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인용, 최근 몇 달 사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진전 속도가 늦어졌다면서, 여기에는 엔비디아·인텔·퀄컴 등 미국의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 대한 판매 감소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려던 정부 움직임도 궤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7월부터 직설적으로 경고해왔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제재로 중국이 독립적인 반도체 산업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가 중국제 반도체에 의해 지배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찰자망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은 약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며 엔비디아·인텔·퀄컴은 총 500억달러(약 67조원)가 넘는 연간 수입을 올렸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과 관련한 추가 제재안 마련을 위해 막바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은 복수의 소식통 말을 빌려 이번 작업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허점을 메우고 규제를 추가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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