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륙한 냉동삼계탕·조제분유… 그 뒤엔 식약처 있었다

      2023.10.11 17:58   수정 : 2023.10.12 14:59기사원문


#1. 2015년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삼계탕 수출을 부분 허용했다. 레토트르 방식(통조림 방식) 실온 삼계탕에 대해 수입문을 연 것이다. 하지만 냉동 삼계탕은 여전히 수출길이 막혀 있었다.

이에 하림과 한국계육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냉동 삼계탕 수출길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식약처는 중국 당국과 수차례 협의를 거치며 매년 조금씩 의견차를 좁혀 나갔고 마침내 중국에 새로운 식품 표준을 개정하는데 성공했다.
2006년 삼계탕 수출 요청이 나오고 약 17년 만에 냉동 삼계탕 수출길이 열린 것이다.

#2. 중국정부는 지난 2021년 조제분유 국가표준을 개정했다. 개정된 표준에 따라 중국 정부는 우리 조제분유 업체의 현지실사를 진행, 수출을 허용(등록)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정책으로 현지실사가 어려웠고, 우리 조제분유 업체의 대중 수출길도 막힐 위기에 처했다. 이에 식약처는 외국의 사례를 확인하고 식약처가 중국 정부를 대행해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 식약처의 현지 실사 대행으로 막힐뻔 했던 조제분유 수출은 이어질 수 있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식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대중 식품 수출액은 20억600만 달러(2조7000억원)에 달한다. 1대에 4000만원인 그랜저(자동차)를 6만7500대 수출하는 것과 동일한 규모다. 하지만 중국의 식품위생·안전 기준은 한국과 상이해 K-푸드 진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식약처는 중국 식품안전 당국과 협의해 관련 표준을 바꾸고,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됐을 때는 중국과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노력 등을 통해 K-푸드의 수출 활로를 열었다.

치킨, 비빔밥을 넘어 이제는 떡볶이, 김밥, 핫도그 등 K-푸드는 이제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음식이 됐다. 우리 고유의 맛과 역사, 문화의 힘도 있었지만 우리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이를 지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도 크다.

■삼계탕, 中식품표준 바꾸며 수출 성공

우리정부는 2006년부터 한국의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의 중국 수출을 위해 중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수입 허용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검역·위생 조건이 달라 수출이 불가능했다. 수 년간 논의를 거쳐 마침내 2015년 10월 당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역검역국과 삼계탕 수출을 위한 조건에 서명했다. 2006년 삼계탕 수입 요청 이후 △서류 작업 △장관 면담 △국제 회의 △수차례 질답 등을 통해 약 10년 만에 거둔 쾌거 였다.

하지만 레토르트 상태인 상온 삼계탕과 달리 냉동 삼계탕은 관련 규정이 없어 중국 정부의 수출길이 여전히 막혀 있었다. 당시 중국의 입장은 "냉동 삼계탕은 고기, 밥, 인삼, 육수 등을 혼합해 냉동한 것으로 현재 중국 식품표준 중 적절한 것이 없어 별도의 표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식약처는 2016년 5월 '제7차 한중식품기준전문가협의회'의 의제로 '냉동 삼계탕 표준 제정'을 최초로 제안했다. 식약처는 "냉동 삼계탕도 레토르트 상품과 마찬가지로 미생물을 충분히 사멸시킬 수 있는 열처리를 해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다"며 "특히 레토르트 상품과 비교해 식감이 더 우수해 미국, 일본, 홍콩 등에서도 선호도가 더 높다"고 설득했다.

이후 매년 한·중 양국의 협의회를 거치면서 냉동 삼계탕의 수출길을 조금씩 현실화 시켜나갔다. 식약처는 중국에 삼계탕의 제조공정, 배합비율, 성분 등 자료를 제공했다. 더불어 인삼의 연도, 육수 제조법, 포장재질 등의 자료를 제공했다. 마침내 2021년 중국의 식품안전국가표준 개정을 통해 2022년 3월부터 국내 제조 냉동삼계탕의 대중국 수출이 가능해졌다.

■수출길 막힐뻔한 '조제분유', 한·중 협력으로 유지

중국은 지난 2021년 2월 영유아 조제분유의 단백질, 탄수화물, 유당 등 각종 영양소의 함량 기준을 신설하는 국가표준을 개정했다. 중국에 조제분유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개정된 국가표준에 따라 배합비를 변경하고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의 현질시사를 받고 등록해야 하는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현지실사가 어려워져 등록업무가 중단된 것이다. 개정된 국가표준 시행일인 2023년 2월 내에 신규 배합비를 등록하지 못할 경우 7900만 달러(약1000억원)에 달하는 조제분유 수출이 막힐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조제분유를 수출하는 A업체는 해당 정보를 듣고 등록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경봉쇄 정책으로 중국 실사단의 방문이 막힌 상황이었다. 이에 2022년 5월 식약처가 운영하는 수출협의체에 참석해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당시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수출 조제분유 등록 시 중국을 대신해 현지실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중국 측 규정에 맞게 현지실사를 대신하겠다고 중국 측과 협의하고, 식약처 공무원이 현지실사를 대행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동일한 수준의 현지실사를 통해 배합비 등록신청을 희망한 5개 업체 14개 브랜드 중 현지실사를 거쳐 4개 브랜드를 등록하는데 성공했고, 나머지 브랜드도 진행중이다. 이번에 변경된 배합비로 새로 등록된 브랜드는 다음달부터 제조분유를 수출할 예정이다.

■수출 기업 등록 지원으로 K-푸드 수출 시장 수호

중국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해외생산기업 등록규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식품을 수출하는 업체는 모두 중국(해관총서)에 등록해야만 수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특히 정부 등록 추천 품목도 기존에는 육류·수산물·유제품·제비집 등 4개에 불과했으나 개정된 등록규정은 18개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벌꿀제품, 계란, 식용곡물, 견과류와 씨류, 건강기능식품 등 등록 품목의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국에 수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식품 안전 및 위생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이를 증명하기 위한 여러 작업이 필요했다. 또 갑자기 바뀐 규제에 대해 국내 식품업체에 홍보하고 대응할 시간도 부족했다. 이에 식약처는 중국의 법령 개정 사항, 수출업체 등록에 필요한 서류 등을 모두 한국어로 번역해 식약처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또 수출업체를 등록 추천하는 체계를 구축해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KGC인삼공사를 포함해 40개 기업은 제도 변경 한 달 전인 2021년 12월 중국정부에 신속등록을 마쳤다. 현재까지 우리밤 수출업체를 포함해 35개 업체의 정식등록을 지원했다.


대구에서 밤을 가공해 수출하는 중소 업체 직원인 이 모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중국에 밤을 수출하기 위해서 제조업체 등록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하는 일이라 매우 난감했다"며 "이때 대구식약청과 본청의 직원들이 대응 방법을 알려주고 등록절차를 지원해 수출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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