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악재에도 유가하락 반전… "오일쇼크 재발 없을 것"

      2023.10.11 18:23   수정 : 2023.10.11 18:23기사원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4일째로 접어든 10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5차 중동전쟁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양측의 전쟁이 중동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고, 석유시장 역시 50년 전과 크게 달라 유가 흐름이 이전과 다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가 영향 제한적

외신 등에 따르면 50년 전인 1973년 이른바 '욤 키푸르 전쟁' 당시에는 유가가 급등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압박을 지지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일부 아랍 국가들이 석유 수출을 중단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이후 석 달 국제유가는 4배 가까이 폭등했고, 갈등이 해결된 뒤에도 한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그러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이스라엘 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과 달리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이 이스라엘 이외 지역으로 확전되지 않으면 유가는 잠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런스에 따르면 ING 애널리스트 워런 패터슨은 분석노트에서 이스라엘의 산유량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석유공급에 직접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피에르 앤듀런트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 수일 동안 유가가 급격히 오를 것으로 예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경험으로 봐도 유가 충격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락타워그룹 수석전략가 마르코 패픽은 분석노트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관점이 이전과 달리 제각각이고 이 지역 내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동맹도 별로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인접 아랍 이웃 국가들이 관련된 갈등은 이번 세기 들어 유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랍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부 경제 개발 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이집트는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면서 "또 시리아는 내전 중이며 이란은 이스라엘과 계속 갈등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스라엘의 보복을 무릅쓰고 하마스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시장 구도, 이란이 변수

석유 시장 구도가 달라진 점도 이번 이스라엘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다.

미국은 과거 중동전 당시와 달리 셰일혁명을 통해 세계 주요 산유국으로 등극했고, 필요할 경우 석유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또 막대한 전략비축유(SPR)까지 확보하고 있어 유가가 뛸 경우 언제든 시장에 개입할 여력도 있다.

소시에테제네럴(SG)의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 벤저민 호프는 비록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비해 미 SRP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권장하는 순수입 90일분보다 훨씬 많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시장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하루 약 300만 배럴을 생산해 전 세계 석유시장 공급의 3%를 공급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란 제재를 강도 높게 시행하지 않으면서 올 들어서는 산유량이 하루 60만 배럴 정도 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이 산유량을 줄인다고 해도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패픽은 "단기적으로 늘 그랬듯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은 거시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비록 이미 탄탄해진 유가 강세 전망을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심각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0.91달러 내린 87.24달러,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는 0.85달러 하락한 85.53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각각 배럴당 3.50달러 넘게 폭등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세로 흐름이 돌아섰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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