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증시가”···글로벌IB 무차입공매도 의혹 사실로
2023.10.15 12:00
수정 : 2023.10.15 12:00기사원문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IB가 자행해온 관행적 무차입 공매도 행위를 최초로 적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설치하고, 그해 8월 조사팀으로 전환한 이후 집중 조사를 벌인 결과다.
무차입 공매도는 상장증권을 소유하지 않은 채 매도하는 행위다. 이를 위반하면 자본시장법상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회피 손실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국내 공매도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안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조사망에 걸려든 2곳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매도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관들과 스왑 거래를 체결한 뒤 이를 헤지하기 위해 시장에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사는 2021년 9월~2022년 5월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냈다. 다수의 내부부서를 운영하면서 상호 간 대차를 통해 주식을 차입(대여)하는 과정에서 그 내역 등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소유주식을 중복계산하고, 과다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주문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매매거래 익일(T+1)에 결제수량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A사는 이를 인지했음에도 원인 규명 및 시정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후차입 같은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방치했다.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해당 주문을 계속 수탁했고, 공매도포지션·대차내역을 매일 공유했다.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발생했는 데도 결제이행 촉구 이외의 원인 파악이나 사전예방 조치 등은 없었다.
B사는 2021년 8~12월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사전 차입이 확정된 주식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 가능한 물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맺고 관련 헤지 주문을 냈다. 이후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계약을 사후 확정하는 수법을 썼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프러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는 주체들의 장기간에 걸친 불법 공매도 행태로 규정하고,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액수를 부과할 전망이다. 김 부원장보는 “현재까지 최대 금액이 38억원 정도인데 그 이상으로 부과될 것”이라며 “다만 증권선물위원회 단계에서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전했다. 공매도 타깃이 된 종목들은 증선위 결정 이후 공시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를 계기로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검사도 강화키로 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