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7%p 차이…김태우는 참패, 홍준표는 선방인 이유
2023.10.13 17:36
수정 : 2023.10.13 17: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 17%포인트나 되는 득표율 차이에 국민의힘이 ‘참패’ 했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대통령실도 나서 “원래 험지라 어려웠다”며 자기위안을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가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이 짙은 건 사실이다. 숱하게 민주당이 깃발을 꽂아온 것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현직 국회의원 3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의힘에게 험지라는 건 자명하다. 하지만 최근 선거들에서 강서구는 과거와 달랐다. 지난 대선 득표율을 보면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불과 2%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고, 지방선거에선 김태우 전 구청장이 민주당 후보보다 2%포인트 더 득표해 신승을 거뒀다. 그러다 불과 1년여 만에 17%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참패라 불릴 만하다.
득표율 차이만이 아니다. 명분과 정당성 면에서도 참패라 할 만하다. 김태우 전 구청장이 실형을 받으며 발생한 보선, 김 전 구청장은 판결 두 달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고선 곧장 강서구로 돌아왔다. 자신으로 인해 열리는 보선에 스스로 출마한 것이다. 이런 촌극이 가능했던 건 국민의힘의 자기부정 덕이다. 발생 책임이 있는 보선에는 후보를 내지 못한다는 당헌·당규를 스스로 뒤집고 김 전 구청장을 전격 공천한 것이다.
물론 당으로선 대통령 특사라는 명확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터다. 하지만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당에 있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반성보단 변명만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입을 다물었던 의원들이 “무공천 했어야 했다”고 뒤늦게 지적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고, 지도부 편을 드는 의원들은 “애초에 이길 가능성이 적었던 기초단체장 1석일 뿐”이라며 애써 보선의 의미를 축소했다. 지도부에선 어려운 경제상황 탓이라며 기획재정부 차관을 불러낸다. 김 전 구청장 공천을 압박한 대통령실도 별일 아니라며 뒷짐을 졌다. 한 핵심관계자는 기자에게 “민주당 텃밭 한 곳 진 게 총선에 큰 영향이 있겠습니까”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같은 17%포인트 차이로 졌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은 선거가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나섰던 19대 대선이다. 홍 후보는 24.03% 득표율로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17.05% 뒤쳐졌다. 김 전 구청장과 같은 득표율 격차임에도 평가가 상반되는 이유는 선거환경과 얻은 성과의 차이다.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하면서 열린 조기 대선이다. 민주당이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였고, 한국당은 선거는커녕 존폐의 기로에 있었다. 더구나 지금과 달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3지대의 입지가 컸던 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무려 21.41% 득표율을 기록했고 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각기 6%대 표를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 후보가 사수한 2위의 자리는 한국당의 소멸을 막고, 거대양당의 입지를 지킬 수 있게 했다. 당에서도 이를 인정했기에 홍 후보는 대선 이후 당권을 취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이 소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자기위로를 하는 건 과거 홍 후보의 사투 앞에 민망해질 수밖에 없다. 총선이 6개월 앞이다. 스스로의 처지를 깨닫는 데 긴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