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가 근무중 뇌출혈로 사망, 법원은 왜 산재 인정 안했을까
2023.10.15 09:00
수정 : 2023.10.15 13: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조리사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무환경이 뇌출혈 원인이 될 만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었으나 행정법원은 망인의 과거 건강검진결과와 뇌출혈 발병 전 업무시간을 따져볼 때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봤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남편 B씨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조리부 총괄부장으로 근무해왔다. B씨는 2020년 7월 근무하던 중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졌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A씨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공단의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남편이 조리부 총괄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업무에 대한 압박이 있었고, 1000도가 넘는 고온의 주방과 식자재가 있는 냉동창고를 오가며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며 "회사 측 권유로 휴일에도 학원에 다니며 기능장 시험준비를 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뇌출혈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37시간 50분이었고, 발병 전 12주 동안(발병 전 1주간 제외) 1주 평균 업무시간이 34시간 16분이었다는 점을 들어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나, 뇌심혈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방 내 온도와 외부온도 사이에 일정한 차이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1000도까지 올라가는 고온에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조리 기능장 시험의 경우 개인의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망인의 과거 건강검진결과 등을 보면 혈압,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뇌출혈 위험인자가 있었다"며 "흡연과 음주습관 등을 봤을 때 적절한 건강관리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